일러스트=이진영

중국 제2, 세계 제5의 강줄기는 황하(黃河)다. 그 중·하류는 물이 모래나 흙을 많이 품고 있어 토양의 퇴적이 쉬워 강바닥인 하상(河床)이 높아지며 잦은 범람을 불렀다. 따라서 문명의 젖줄인 동시에 대규모 재난을 함께 불렀던 곳이다.

물줄기 따라 퇴적된 무른 토양 때문에 농경(農耕)이 상대적으로 쉬웠고, 그에 따른 인구의 밀집(密集)도 빨랐던 지역이다. 그로써 국가에 준(準)하는 정치권력의 출범이 순조로워 중국 초기 문명은 이곳에서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중원(中原)’으로도 지칭했던 이 황하 중·하류 지역은 대규모 수재(水災)가 빈발해 정치권력은 일찍이 대중을 동원해 치수(治水)를 벌여야 했다. 재난에 대응코자 인력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통치(統治)의 기술이 따라서 발달했다.

그런 인문적인 바탕이 키워낸 정치권력의 전형적인 사유가 있다. “재난이 많아야 나라가 흥성할 수 있다”는 사고다. ‘다난흥방(多難興邦)’이라는 성어로 일찍 자리를 잡았다. 춘추시대의 말이니 적어도 2500년 이상 묵은 사고방식이다.

때로는 그 앞에 “깊은 위기의식이 지혜를 낳는다(殷憂啟聖)”는 말을 덧대기도 한다.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말이다. 병렬한 두 성어는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라를 키워보자는 장려다. 그러나 모두 다 통치자의 입맛에 맞춘 ‘중앙집권’의 논리다.

실제 ‘다난흥방’이라는 성어는 현대의 중국 통치자인 공산당 권력자들도 즐겨 쓴다. 공산당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철저한 중앙집권의 통치 형태에서는 꺼내기 쉬운 말이다. 그러나 통치에 복속하는 다중의 고난에는 둔감하다.

‘다난’과 ‘흥방’ 사이에는 사실 한 단어가 빠졌다. 대중을 괴롭히는 ‘학민(虐民)’이다. 위기의식을 고양해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백성은 늘 괴롭다. 올해도 악몽처럼 펼쳐진 ‘다난’에서 공산당은 또 ‘흥방’만을 내세울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