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 무도했던 은나라 마지막 왕 주(紂)를 꺾은 주나라 무왕(武王)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의 신하였던 기자(箕子)를 찾아간 것이다. 무왕은 기자에게 백성들을 화집(和集)시킬 지혜를 물었다.

이 짧은 일화에 이미 리더십의 핵심 두 가지가 담겨 있다. 무왕은 기꺼이 불치하문(不恥下問)할 줄 아는 리더였다. 둘째, 정치하는 궁극적 요체가 화집(和集), 백성들을 화합시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임을 깨닫고 있었다. 다만 그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기자는 그 유명한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한다. 유학이 제시하는 최고의 제왕학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 짧은 글은 ‘서경(書經)’에 실려 있다. 아홉 가지 중에도 가장 중요한 범주는 가운데[中]인 다섯 번째 “황극(皇極)을 세우라”라는 것이다. 임금 스스로 만백성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편무당(無偏無黨)하면 왕의 도리가 탕탕(蕩蕩)해지고 무당무편(無黨無偏)하면 왕의 도리가 평평(平平)해집니다.”

예로부터 법 기술자들은 정치를 하나의 테크닉으로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공자는 송사 자체를 없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생각으로 이 ‘서경’을 편찬했고 ‘홍범구주’를 포함시켰을 것이다.

한편으로 기울거나 쏠려서는 탕탕(蕩蕩)할 수 없고 패거리를 지어서는 평평(平平)할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국민들을 화집(和集)시키려 힘쓰는 정치인이 하나라도 있는가? 되레 편 가르기와 민망한 수준의 충성 경쟁 행태가 하루 하루 국민들 불쾌지수를 높일 뿐이다.

특히 이럴수록 여당이라는 ‘국민의힘’ 지도자들은 더 큰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의석수가 적어도 명색이 정권을 맡은 여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대표 선거 과정은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돌리게 하고 있다. 화집(和集)은커녕 국민들을 유리(流離) 이산(離散)으로 내몰고 있다. 군주가 탕평(蕩平)을 모르면 어느 때고 백성들은 이런 처지에 놓였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