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사마천 ‘사기’ 초나라 세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晉)나라에 머물던 초나라 공자 비(比)가 임금이 되려고 진나라를 떠날 때 진나라 관리 한선자(韓宣子)가 군자 숙향(叔向)에게 물었다.

“공자 비는 성공하겠지요?”

숙향이 말했다.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선자가 말했다.

“초나라 사람들이 지금 임금을 모두 싫어하여 새 임금을 세우려 하는 것이 마치 시장의 장사치와 같건만 어찌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숙향이 말했다.

“나라를 차지하는 데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이 있습니다. 사사로이 총애하는 자는 있는데 뛰어난 사람이 없는 것[有寵無人]이 첫째요, 뛰어난 사람은 있는데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는 것[有人無主]이 둘째요,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은 있는데 모책이 없는 것[有主無謀]이 셋째요, 모책은 있는데 따르는 백성이 없는 것[有謀無民]이 넷째요, 따르는 백성은 있으나 임금다움이 없는 것[有民無德]이 다섯째입니다.”

이어 공자 비에 대한 진단이 이어진다.

“자비는 진나라에 13년 동안 있었는데 진나라와 초나라에서 그를 따른 자들 중에서 두루 통달한 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 뛰어난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없고 친척들은 배반했으니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틈이 보이지 않는데도 난을 일으키려 하니 모책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생을 나라 밖에서 떠돌았으니 따르는 백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라 밖에서 망명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의 자취를 안타깝게 여기지 않으니 다움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숙향의 이 말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성공(成功)의 시금석이다. 당장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 한동훈 대표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곧 사법 처리라는 허들을 만나게 될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도 혹시 뛰어넘거든 잘 점검해 보길 바란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