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MT 단체 식중독 사건 때도 살아남은 나의 튼튼한 대장이 탈이 나 일주일 가까이 고생했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주말 점심, 세 친구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네에서 각자 흩어져 먹을 것들을 사 친구 A의 집에 모였다. 조금씩 산다는 게 결국 한 상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토스트부터 떡볶이, 순대, 꼬마 김밥에 슬러시, 마무리로 커피까지. 신나게 먹고 별일 없이 귀가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각 A에게 전화가 왔다.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며, 어제 식사를 함께한 이들은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새벽부터 열이 심하게 올라 꼼짝도 할 수 없다기에 그의 집으로 찾아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처방이 끝나고 돌아온 A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나왔다. 코로나가 아니라 식중독이었다는 것. 다들 어리둥절한데 내가 아침부터 화장실을 세 번이나 갔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평소 상한 음식을 먹고도 몸이 둔한 덕인지 탈 나는 일이 거의 없어, 그저 과식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A의 상태에 비하면 나는 복통이 조금 있는 수준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묘하게 몸이 조금 무겁다고 느꼈지만, 함께 식사한 B와 C에게는 아무 문제 없었기에 약국조차 들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저녁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날이 더운가 싶어 샤워로 해결하려 해봤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몸살 기운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밤새 화장실 연속 공연도 시작되었다.

다음 날 또다시 친구 A에게 연락이 왔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응급실에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얼른 응급실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도착한 응급실에서는 대장이 심하게 부어있는 데다,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 여러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사실과, 조금 더 늦었으면 패혈증 쇼크가 왔을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제야 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틀 전 우리가 함께 먹은 음식을 톺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를 먹었지만 역시나 가장 유력한 건 김밥이었다. 문득 작년에 어느 프렌차이즈 김밥집에서 달걀 때문에 일어난 집단 식중독 사례가 생각났다. 게다가 그 분식점은 꼬마 김밥을 미리 싸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반으로 썰어서 포장해 주는 방식이었다. 먹을 당시 음식이 상한 것은 아니었으니 김밥 속 달걀이 아니라면 분식점에서 사용한 칼이나 도마를 통해 세균에 감염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친구 C가 설사를 시작하고 D에게도 복통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사건을 재구성하니 꼬마 김밥 1인분은 총 네 줄로, 반 잘라 총 여덟 조각. A가 네 조각을 먹고 나머지가 두 조각씩 나누어 먹은 것까지 퍼즐을 맞춰냈다. 각각 차이는 조금 있었지만 가장 많이 먹은 A는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내가 매일같이 지나치던 분식집이다. 그 앞에는 학교도 둘이나 있다. 식중독이라고는 평생 남 일이라 여기고 산 나에게도 불현듯 닥쳐왔다. 과연 그 분식점에서 식중독 피해를 본 게 우리뿐이었을까? 물론 여태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고, 우리가 문제 있는 김밥을 모두 먹어 치워 식중독균을 우리 몸으로 다 흡수했다 치더라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장사한다면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수록 식중독 발생 건수도 5% 이상 증가한다. 소비자로서도 개인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음식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장사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피할 길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더 각자 자리에서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강민지 ‘따님이 기가 세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