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갈낙탕/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여보, 오늘 거기서 점심 먹을까요. 어머니도 한 그릇 사다 드리고요.” 아내가 말하는 ‘거기’는 칠팔월이면 두어 차례 찾는 곳이다. 주말도 아니지만 마지막 복달임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이 많다. 강진만에 있는 황칠갈낙탕 전문 식당이다. 전국에 갈낙탕을 내놓는 집은 많지만, 이곳을 주목한 것은 믿음이다. 직접 황칠나무를 가꾼다는 점과 주변의 좋은 낙지를 이용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어느 겨울이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강진만을 찾은 철새를 보려고 방문했을 때다. 주문을 받던 직원이 “겨울 낙지는 냉동을 사용합니다. 낙지 철이 아니라 생낙지를 이용하는 것과 다릅니다”라고 했다. 물론 강진, 장흥, 해남 등 남도의 섬과 갯벌에서 잡은 낙지이지만 냉동 낙지라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단골이 되었다. 지금껏 묻지 않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곳을 보지 못했다.

황칠갈낙탕 한상 차림./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황칠나무는 두릅나뭇과 상록교목이다. 나무에 상처를 내서 얻은 황칠은 이름이 말해주듯 금칠을 할 때 사용하는 천연 도료다. 황칠은 황제를 상징하는 색이라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특히 강진, 완도, 해남, 영암 등 전라남도 서남해에서 해풍을 받으며 자생하는 황칠나무를 으뜸으로 꼽았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왕실은 물론 중국에서도 우리 황칠을 원했다. 심지어 ‘신라칠’이라며 조공을 강요하기도 했다.

황칠나무./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강진으로 유배된 다산 정약용은 ‘황칠’이라는 시에서 “황칠공납으로 힘들어하는 백성은 악목이라며 황칠나무를 도끼로 찍었다”고 했다. 또 놀랍게도 “공납을 면제해 주자 신기하게 싹이 났다”고 노래했다. 황칠나무 순은 장아찌로, 잎은 차로 먹는다. 또 진액을 만들어 음식과 음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강진 낙지는 어떤가. 강진만 신전면 사초리는 낙지 잡이로 유명한 마을이다. 낙지 철이면 마을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한 마을에서 낙지만으로 경매가 이루어지는 곳이 있는가. 강진 마량항은 득량만과 다도해 섬과 갯벌에서 잡은 낙지가 모이는 곳이다. 또 한우는 강진과 인근 장흥에서 많이 키우고 있다. 이렇게 남도의 땅과 바다와 숲에서 내준 귀한 보물로 차려진 음식이 황칠갈낙탕이다. 아내가 어머니에게 권하는 복달임 음식이다.

낙지통발어업./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