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화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탓에 한층 포악해진 폭염은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어류와 농작물에 타격을 가할 뿐 아니라 열사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에 맞서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은 에어컨이고,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에어컨 대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2018년 통계에 따르면 86%의 가구가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91%), 미국(90%)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에어컨은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지난 13일 오후 전력 수요가 102GW에 이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강제적인 절전 캠페인은 진행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태양광 발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치솟는 정오부터 오후 무렵 태양광 발전은 대량의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전체 전력 공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할 때 태양광은 전체 전력 수요의 17%를 감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태양광이 없었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연 훼손, 전자파, 과도한 보조금, 전력망 혼잡 등 여러 가지 우려와 불신에도 불구하고 이제 태양광은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하는 버팀목이 됐다.

세계적 태양광 발전이 계속 확대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연료비가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력을 생산하는 패널 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태양광 누적 설치 용량이 2배가 될 때마다 태양광 패널 가격은 20%씩 하락해왔다. 지난 10년 사이에 태양광 발전 비용은 89%나 하락했다. 과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 숫자가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과 맞먹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태양광 발전 관련 기술은 오랫동안 미국이 주도해왔다. 1954년 미국의 벨 연구소가 실리콘 기반의 태양광 패널을 처음 만들어낸 이후 기술 개발을 통한 효율 향상, 그리고 각종 제도적 지원을 통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은 모두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몫이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미국 대통령들은 태양광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녹색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세계를 이끌고 미국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태양광 관련 시장은 모두 중국의 몫이 됐다. 세계 태양광 패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기술력 및 가격 경쟁력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폴리실리콘, 잉곳 제조 공정이다. 예전의 중국은 이 단계에서 석탄 화력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전력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토지 가격이 무료인 서부 사막에 조성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압도적으로 저렴하게 생산되는 전력을 사용해 태양광 패널 가격을 낮추고 있다. 와트(w)당 생산 비용을 비교해보면 중국은 16센트, 미국은 28센트, 유럽은 30센트로 나타나고 있어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저렴해진 태양광 패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미국과 유럽의 마음은 복잡하다.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미국은 통상 및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2012년부터 주기적으로 반덤핑 관세 및 세이프가드를 적용해왔다. 2022년부터는 폴리실리콘 주 생산지인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품 및 제품들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을 차단하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통해 중국산 패널 수입 자체를 차단했다.

일단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자국 시장이 안전해지자 미국은 인플레인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통해 한국 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태양광 투자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에는 중국제 원료와 중간재를 사용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우회 수출을 이유로 관세를 부여하는 등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에 태양광 패널은 저렴한 전력 생산 수단이 아닌 국가 안보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방패를 치켜들고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의 입장은 모호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에 따라 EU는 태양광 발전을 대규모로 늘리고 있다. 2023년의 경우 EU 내 신규 설치된 태양광 패널 시설 용량은 매주 원자력 발전소 1개소씩 늘어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증가하는 태양광 패널 가운데 96%가 중국에서 생산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EU 내 태양광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공장 폐쇄, 대규모 감원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예 미국이나 중국으로 생산지를 이전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EU로서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미국과 같은 고율의 관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내 산업 보호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서로 모순된 목표에서 고민하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대규모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데 관세 부과는 이를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10GW 규모의 태양광 패널 생산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615GW와 비교하면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체들은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미국과 EU 가운데 어느 쪽일지 궁금해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미동도 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은 조용하지만 국가 간 갈등과 고민은 뜨거워지고 있다.

日, 효율 크게 높인 ‘차세대 패널’ 상용화 앞둬

韓, 실험실 차원서 샘플 제작 성과 거두는 수준

최근 태양광을 둘러싼 기술적 경쟁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리콘에 기반한 현재의 태양광 패널은 약 17% 수준의 효율을 보여주지만, 일본의 미야사카 쓰토무 교수가 발명한 페로브스카이트 방식은 최대 31%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어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높은 효율성과 더불어 가볍고 투명하며 잘 구부러지면서 저렴하다. 두께는 250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수 있을 정도로 얇다. 여기에 더해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곡면 벽체와 지붕은 물론 자동차, 비닐하우스 등 다양한 대상에 적용할 수 있다.

제작 과정 역시 매우 간단해 45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제작에는 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비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경우 소량의 에너지만 필요로 한다. 페로브스카이트 방식의 약점은 수분이나 열에 취약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의 최초 개발 국가인 일본은 이를 통해 태양광 분야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2025년 이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험실 차원에서 고효율 샘플 제작에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양산을 위한 투자 등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페로브스카이트 방식의 패널에 대해 실험실 차원을 넘어서 대규모 양산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많은 기업이 향후 2~3년 사이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태양광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다시 한번 크게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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