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이용해서 인테리어를 장식한 뉴욕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패션매장.

책에는 보통 두 가지 생(生)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첫째는 문학으로 읽혀 그 문장과 상상의 장면들이 독자 마음속에 남는 경우다. 책의 기능과 본질에 충실한 여정이다. 둘째는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를 때다. 보통 각색 약간과 시각적 요소가 첨가되며, 다른 형식으로 작품 내용이 전달된다.

시카고의 호텔 라운지. 책이 쌓인 공간의 지적 분위기가 그럴듯한 배경이 되면서 인테리어에서 ‘도서관 테마’가 유행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책에 셋째 삶이 추가되었다. 장식품 기능이다. 1970년대 가정집 거실마다 전시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필두로 1990년대부터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도서관 테마’가 크게 유행하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무대나 상업 공간을 꾸미는 디자이너들은 연극의 세트, 패션 부티크, 호텔, 레스토랑, 심지어는 술을 마시는 바도 책으로 장식하기 시작했다. 책이 쌓인 공간의 지적 분위기가 그럴듯한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21세기 들어서 ‘책 조각(Book Sculpture)’이라는 유형으로 발달했다. 책으로 탑을 쌓거나 터널을 만드는 등의 작업으로 서고나 벽면에 평면적으로 진열된 책을 삼차원적으로 구축, 단조로울 수 있는 책 전시 공간을 역동적이고 건축적인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책 판매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읽고 생각하기보다는 보고 즐기는 데 익숙한 MZ세대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장치다.

로스앤젤레스의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 내부’. 고객들은 ‘책 조각’으로 구성된 서점의 군데군데를 돌아다니며 인증 샷을 찍는다. 창업자 조시 스펜서(Josh Spencer)는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을 찍으러 와서라도 혹시 마음이 움직여 책을 한두 권 구입할까하는 바램이 있다고 한다.

과거 은행 건물을 개조해서 2005년 문을 연 로스앤젤레스의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가 있다. 책 30만권을 소장,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영화에도 등장하며 도시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고객들은 ‘책 조각’으로 구성된 서점 군데군데를 돌아다니며 인증 샷을 찍고 연인들은 소파에 앉아 데이트를 즐긴다. 결혼식 장소로도 대여해 준다. 창업자 조시 스펜서(Josh Spencer)는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을 찍으러 와서라도 혹시 마음이 움직여 한두 권 살까 하는 바람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의 계절이다. 책의 입장에서 어느 여정을 선호할지 생각해 보며 조용히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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