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뒤척이다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거미처럼

쓰러진 고목 위에 앉아

지저귀는 붉은가슴울새처럼

울부짖음으로 위험을

경고하는 울음원숭이처럼

바람 불 때마다 으악

소리를 내는 으악새처럼

불에 타면서 꽝꽝

소리를 내는 꽝꽝나무처럼


남은 할 말이 있기라도 한 듯

나는 평생을

천천히 서둘렀다

-천양희(1942-)


모든 생명과 존재는 몸과 마음을 이리저리 뒤집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열정을 다하면서, 소리 내어 울면서, 파도 같이 세차고 큰 소리를 지르면서 살아간다. 우리도 저곳으로 건너가기 위해 거미처럼 텅 빈 공중에 몸을 던진다. 내 삶의 미래를 위해 땔감을 마련한다. 가을 억새처럼 질긴 의지로 억척스럽게 생활한다. 천천히 그러나 또 동시에 급하게 다그치면서, 이 느긋함과 급함의 뒤섞임 혹은 느긋함과 급함 사이에서 뒤척이며 매일을 지낸다.

천양희 시인은 한 산문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시를 쓰는 시인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 ‘미래(未來)라는 마음’을 통해서는 이렇게 썼다. “한 번만 들어도 좋은 이름이 있다/ 미래라는 둘도 없는 이름이다”라며 미래라는 이름은 “사방을 꽉 채우는 초록 같은 이름”이라고 노래했다. 우리가 애를 태우고 몸부림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도 낙담하려는 마음을 살려 내일을 초록으로 꽉 채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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