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1964년 노벨 아카데미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를 지명했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어떤 인간도 살아있는 동안 신성시되길 원치 않는다”고 피력하며 수상을 거절했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 문학상 사상 초유의 수상 거부다. 물론 그 이전인 1958년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소련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수상 거부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양측 진영 간 첨예한 갈등 때문이었다. 또 파스테르나크의 아들이 30년 지난 뒤 대리 수상한다.

사르트르는 노벨상 이전에 프랑스의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도 거부한 적이 있다. 프랑스 고등교육에서 가장 높은 영예의 자리인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 자리도 거절했다. 그는 상과 훈장 그리고 직위가 작가를 제도화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자유를 잃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벨상이 서구 중심적이고 부르주아적이라는 사르트르의 비판에도 노벨상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2016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강은 1909년 아동문학으로 받은 스웨덴의 셀마 라겔뢰프 이후 17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다.

테오도어 몸젠, 버트런드 러셀 혹은 윈스턴 처질 같은 비문학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전례가 있지만 가장 쇼킹한 수상자는 아무래도 2016년 수상자인 팝 뮤지션 밥 딜런일 것이다. 그는 팔순을 눈앞에 둔 2020년 39번째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리는 저력을 과시한다.

1963년 케네디의 암살을 다시 소환하는 이 ‘더러운 살인’은 무려 16분 56초의 러닝 타임을 지닌 대곡이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정치적 사건을 “태양 아래 가장 위대한 마술 트릭(Greatest magic trick ever under the sun)”이라 하고, 비틀스의 등장을 “비틀스가 오고 있어, 그들이 네 손을 잡아줄 거야(The Beatles are comin’, they’re gonna hold your hand)”라고 표현하며 절묘하게 대치시킨다. 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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