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인 18일 오후 광주 동구청에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소속 광주 5개 구청장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1.5.18.

최근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나의 정책을 향해 집중 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좌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이다.

야당의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 지사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각각 “사기성 포퓰리즘” “청년·서민 좌절을 먹고사는 기생충” 등과 같이 거친 용어로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은 이 지사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책을 근거로 기본소득 필요성을 주장하자 “책 내용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공격 강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주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 없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기본소득은 용돈 수준으로 가성비가 낮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위험천만한 이야기”라고 했다.

복지 분야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복지학자들은 보수·진보를 떠나 기본적으로 많이 주자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 복지학자 대다수가 기본소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복지국가 실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기본소득 주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쌓아온 사회 보장 방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기존 사회 보장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장성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할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이 가능할지는 조금만 계산하면 짐작할 수 있다. 5000만 국민에게 매월 10만원씩 주려면 매년 60조원이 필요하다. 이 지사 주장대로 중장기적으로 50만원까지 가려면 300조원이 필요하다. 이 돈은 올해 정부 예산 556조원의 54%여서 조달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우선 연 25조원을 마련해 1인당 한 해 50만원(월 4만2000원)으로 시작하자는 것이 이 지사 주장의 핵심이다. 월 4만2000원 받으면 생활이 좀 나아질까. 대전 대덕구가 주겠다는 어린이 용돈 수당의 2배쯤이긴 하다. 기본소득은 예산이 가능한 범위에서 주자니 푼돈이고 쓸 만하게 주기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제를 하는 나라가 없다. 미국 알래스카주가 석유 판매 수익 중 일부를 연말에 주민에게 지급(2020년의 경우 주민당 992달러, 약 110만원)하고 있지만 아주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 어느 복지 선진국도 가지 않는 길을 이 지사 표현대로 하면 ‘복지 후진국’인 우리가 제일 먼저 가봐야 할 이유는 없다.

기본소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방향이 맞는 정책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관련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의 핵심 주장은 미래 기술 변화로 일자리가 사라져 소득 기회가 감소할 수 있으므로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미래 기술 변화로 소득 기회가 감소한다는 것부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명제”라며 “설령 인정하더라도 이를 대비하는 방법이 꼭 기본소득이어야 한다는 논리도 부족하다”(지난해 6월 한국경제학회 경제 토론)고 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너무 불확실한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해 먼 훗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먼 미래에는 상황이 변해 기본소득이 필요하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알박기부터 하자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지사는 이쯤에서 기본소득 구상을 접어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것이 본인 레이스에도 유리할 것 같고, 무엇보다 기본소득을 놓고 계속 난타전을 벌이느라 국민연금 개편, 인구 문제, 주택 정책 등 이번 대선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주요 국가적인 현안들이 다 묻히는 것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