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을 두고 지금 저잣거리 관심사는 후보가 아니다. 온통 ‘쥴리’와 ‘부선’이다. 한 명은 야권 주자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를 지칭하고, 다른 한 명은 여권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사귀었다는 여배우를 말한다. ‘쥴리’는 근거도 불확실한 지라시성 루머다. 김부선씨 논란은 이 지사가 “바지 내릴까요”라고 하면서 폭발했다. 두 사람이 해명하거나 사과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 스포츠가 돼버렸다.
사람들이 ‘쥴리·부선 스토리’에 초관심인 건 대선 판도를 바꿀 휘발성 높은 소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반대자들은 “퍼스트 레이디가 저래서 되겠느냐”고 한다. 지지자들도 “근거도 없는 망측한 얘기”라면서 뒤로는 ‘혹시나’ 한다. 이 지사 반대자들은 형수에 대한 욕설까지 묶어서 “대통령 자질이 안 된다”고 비판한다. 지지자들은 “이미 신체검사까지 받았다”면서도 씁쓸해한다.
하지만 지지 성향을 떠나 공통되게 하는 말은 있다. “어쩌다 대선이 사생활 들추기 경쟁이 돼 버렸느냐”는 탄식이다. 먹고사는 문제도, 죽고 사는 문제도, 합법 불법의 문제도 아니다. 설령 ‘쥴리’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후보 적격성을 판단할 최대 잣대인가. 정치권에선 ‘쥴리’의 정체를 밝히면 윤석열을 단박에 끝장낼 수 있다는 듯 달려든다. 김부선씨 논란에 대한 이 지사의 감정적 대응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김씨와 개인적 관계가 어떠했다고 해서 이 지사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건가.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할 길을 찾느냐 아니냐를 결정할 중대 기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갈 신기술과 새 먹거리를 찾는 게 급선무다. 미·중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국가 안보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2030이 좌절하지 않도록 공정의 가치를 세우고 주택·교육·복지·방역의 패러다임도 만들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의 가장 큰 책무는 이를 실현하는 방안을 내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가 기를 쓰고 공방을 벌이는 일이 ‘쥴리’와 ‘부선’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지사가 여권뿐 아니라 중도·보수층에서도 지지를 받았던 것은 국가적 현안에 사이다 같은 해결 능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잇단 실정(失政)과 폭주에 제동을 걸어줄 거라고도 여겼다. 그런데 김부선 문제엔 버럭 화를 내더니 대표 공약이었던 기본소득은 후순위로 은근슬쩍 물렸다. 기본주택은 그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하고, 대한민국은 부끄럽게 출발했다고 한다. 문 정부와 차별화는 고사하고 뒤따라가기 바쁘다. 이 지사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주요 현안마다 헛다리를 짚고 표류하고 있다는 국민 실망감이다.
윤 전 총장도 수개월간의 고민 끝에 국민 앞에 섰지만 지금껏 보여준 건 별로 없다. ‘공정·자유·민주’를 앞세웠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에 가깝다. 정치인들 만나고 행사장 다닌다고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국민을 잘살게 해줄 것인지, 윤석열표 비전과 공약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권 교체를 내세웠지만 그걸로는 ‘문재인 반사체’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입만 열면 ‘공짜 퍼주기’에 현실성 없는 시장 규제 공약만 내고 있다. 소모적인 과거사 논쟁에 상대방 흠집 잡기 바쁘다. 어떻게 경제를 일으키고 안보를 지킬지 나라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