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2030세대를 왜 떠받드느냐. 그들의 공정과 정의는 퇴행적”이라고 했다. 그의 황당한 음모론에는 앞다퉈 호응하던 민주당 인사들이 이런 노골적 세대 폄하론에는 아무런 지적이 없다. 같은 생각인가. 함께 출연한 박용진 의원만 “김어준도 꼰대가 됐다”고 반박했을 뿐이다. 청년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던 30대 의원들도 조용하다. 4·7 재보선 참패 직후 청년 세대 초청 간담회에서 “방송인 김어준은 성역이냐”는 비판을 들은 이들은 “청년 없는 청년 정책을 펼치고 청년층이 분노하는 이유를 살피지 않았다”고 반성도 했다. 이제 보니 역시 말뿐이었다.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잠시 청년 세대에게 보였던 관심이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거듭 확인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조국 사태’와 관련해 “청년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가족 입시 비리 혐의에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고, 그의 회고록에 대해선 “변론 요지서로 이해한다”고 했다. 청년들에 대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는 ‘조국 사태’를 적당히 무마하고 조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 아닌가. 그의 청년특임장관 신설 제안 역시 실현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지금껏 당 지도부의 후속 움직임이 없으니 잠깐 청년 환심을 사려 한 빈말이었던 셈이다.
더 심각한 건 대선 주자들이다. 문재인 정권이 망쳐놓은 청년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퍼주기’ 공약만 쏟아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청년에게 연간 200만원 기본 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군 제대 남성들에게 사회 출발 자금 3000만원을 드리겠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모든 신생아에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설계 중”이라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망가진 경제 구조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앞뒤 바뀐 부동산 정책 때문에 천정부지로 집값이 올라 절망하는 청년들이 정부 살포 현금 몇 푼에 표를 줄 거라 생각한다면 망상에 가깝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말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20대는 24%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40대(49%), 50대(45%)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비관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청년 세대를 정말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이들을 ‘벼락 거지’로 몰아넣은 문 정권의 비이성적 정책을 전환하고 자립을 도울 대안 마련 의지부터 보이는 게 상식이다.
그에 반해 야권 대선 주자 일부는 청년을 앞세우지 않고도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하나둘씩 꺼내놓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연금 개혁, 윤희숙 의원의 귀족 노조 개혁 공약이 그렇다. 기성 세대와 기득권 세력의 양보를 통해 사회적 약자인 청년 세대와 구조적으로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려 한다는 점에서 여당의 ‘퍼주기’ 일변도 공약과 대비되는 본질적 청년 정책이다. 당연히 대선 본선에서도 논의해야할 화두지만 현재 민주당에선 언급조차 금기다. 노조, 4050세대 등 지지 기반 이탈이 두렵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가 되살아나야 국가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당연한 명제가 눈앞의 표 계산이 전부인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 중 34%로 내년 대선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여당의 청년 ‘눈속임’ 정치가 계속된다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