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1시간 동안 지구 표면을 비추는 광선의 에너지는 인류의 1년치 에너지 총합보다 많다. 이 에너지의 1만 분의 1만 활용할 수 있다면 인류의 에너지 고민, 온실가스 배출 걱정은 끝날 것이다. 인류는 3000여년 동안 이 숙제에 매달려 왔다. 마침내 빛을 전기로 바꾸는 실리콘 태양광 패널을 대량 공급했지만 아직까지 전체 전력의 2% 남짓만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난제가 산적한 데도 우리나라에선 태양광 희망 고문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가 이달 초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51~71%로, 지금보다 40배까지 늘리게 해놨다. 이 ‘꿈’을 이루려면 태양광 패널로 서울 면적의 10배 이상을 덮어야 한다. 태양광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은 21세기 중반까지 인류가 쓸 전력의 3분의 1을 태양광으로 채우는 것조차 달성이 어려운 ‘원대한 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그 배(倍)에 달하는 목표도 손쉽게 보는 것 같다.
태양광은 발전 능력만 확 늘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가령 맑은 날 태양광을 완전 가동해 전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수 있어도, 갑자기 비가 내린다면 LNG 등 다른 발전소로 이를 순식간에 다 채워야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다. 막대한 투자, 스마트 전력 시스템, 위기 관리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독일은 개기일식 등에 대비하기 위해 2016년 송전선과 전력 공급망, 컴퓨터 제어 전력망 기술 등에 약 2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실제 태양광 전력 생산 비중은 발전 능력(전체의 4분의 1)에 훨씬 못 미치는 전체 전력의 7% 미만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참모회의에서 “가정용 태양광, 소규모 태양광 등 일부 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은 계량되지 않아 실제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추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가장 덥고 태양이 뜨거운 오후 2~3시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들이 활약해 전기를 공급했는데 이를 빠뜨리고 한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발전기만 통계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형 태양광을 다 통계에 넣어 신재생 에너지의 전력 공급 비중을 높인다고 해도, 겨울 전력 피크타임인 아침과 저녁엔 소형 태양광이 발전을 못 한다는 점이다. 여름 전력 예비율에는 도움이 되지만 겨울엔 전력이 남아도는 오후 시간에 많은 발전을 해 오히려 전력 공급망에 부담만 주게 된다는 사실은 묻혀버렸다.
문 대통령은 “탈핵 국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는 멋있는 말로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엔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는 게 검찰 공소장에 나왔다. 이 댓글 때문에 복잡한 법적·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그 논란 속에서 우리가 사용해야 할 에너지들은 선악(善惡)으로 나뉠 것이다.
전력 전문가, 과학자들은 원전도 아직 부침(浮沈)을 겪고 있는 미래 에너지라고 말한다. 경수로가 여러 사고를 낸 후 침체됐지만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같은 혁신 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한다. 태양광 역시 중국산 값싼 실리콘 패널에 의존하는 현재 여러 도전에 직면했고, 새로운 기술 혁신을 맞아야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태양광 권위자 바룬 시바람은 “각국 정부는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할 각오를 하고 원전 같은 신뢰성 높은 발전 시설을 지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엔 선악도, 인기도 있어서는 안 되며, 태양광과 원전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