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씨는 얼마 전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너무 하고 싶어 5년 전부터 ‘저 한번 시켜주세요’ 대시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고, 윤석열 후보는 본인 말로 ‘국민이 불러서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강세인 최근 여론은 윤 후보의 실책도 있지만 이 후보의 “대통령 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에 여권 지지층이 답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설계했다는 대장동 문제를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했다. 대장동 핵심 인물 대부분이 이 후보와 관련된 사람들인데 처음에는 저 말을 누가 믿나 했다. 그런데 집요하게 반복하다 보니 적어도 이 후보 지지층에게는 ‘국민의힘 게이트’로 만들어 상황을 반전시켰다. 강준만 교수는 이 후보의 이런 화법을 ‘강심장’ 또는 ‘안면 몰수’ 화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좌측부터).

이 후보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대선에서 이기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장남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사용했다는 아이디도 ‘이기고 싶다’였다. 이기고 싶다는 이 후보 의지는 ‘정권 재창출’을 전면에 내세우기 주저했던 여권 지지층에게 ‘우리도 이기고 싶다’는 불을 지폈다.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라던 부동산이든 종부세든 양도세든 뭐든 다 바꾸겠다고 한다. 이 후보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도 여론이 싸늘하자 ‘실용주의’ 커튼 뒤로 넣어 버렸다.

이 후보의 ‘이기고 싶다’와 대비되는 건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였다. 이 후보는 너무 이기고 싶은데,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그리고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이라는 사람들은 “내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며 자해 투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벼랑 끝에서 서로 손은 잡았지만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5~6일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후보 38%, 윤 후보 25.1%,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2%, 심상정 정의당 후보 3%였다. 이 후보가 오차 범위를 벗어난 1위였다. 주목할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권 교체 여론이 55.3%로, 정권 유지 39.2%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 유지 39.2%는 이 후보의 지지율 38%와 정확히 일치한다. 여당 지지층이 이 후보로 총결집했다는 뜻이다.

반면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합계 37%는 정권 교체 55.3%에 한참 못 미친다. 정권 교체 여론과 윤 후보는 30%포인트, 안 후보는 43%포인트 멀어져 있다. 정권 교체에는 손을 번쩍 드는 국민이 윤석열, 안철수 후보에는 들었던 손마저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말은 보수층을 민망하게 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이라는 말은 정권 교체로 돌아선 탈진보와 중도층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후보에는 충성할지 몰라도 국민 마음을 읽는 데는 무능했던 ‘윤핵관’ 때문일 수도, 내부 총질로 날을 새우던 야당 대표 때문일 수도 있다. 의원 3명 정당의 대선 후보로 정권 교체가 될까 하는 의구심도 있을 것이다.

야당 내분과 선거 전략 실패에도 정권 교체 여론이 50%를 넘는 것은 이재명 후보만큼 정권 교체 지지 국민들의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태평양만큼 벌어진 야권 후보 지지율과 정권 교체 여론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지 60일 동안 결정된다. 야권이 정권 교체 지지 열망을 결집시키지 못한다면 이해찬 전 대표가 말한 ‘20년 집권론’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