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서 '전기 ,수도, 공항 ,철도 민영화 반대' 피켓 들고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유튜브 황기자TV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국회에 나와 과거 자신의 저서 내용에 관한 질문에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운영권을 민간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한전처럼 경영은 정부가 하되 30~40%의 지분을 민간에 팔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18일 인터넷 팬카페에 “전기, 수도, 공항, 철도 민영화에 절대 반대한다. 같이 싸워 달라”는 글을 올렸다. 당내 의원들도 릴레이로 같은 메시지를 올리며 실체도 없는 ‘기간산업 민영화’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김 실장의 언급은 개인적 생각인 데다 그조차 민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인데 거침이 없었다. ‘민영화 방지법’을 입법하겠다고까지 한다. 침소봉대 수준이 아니라 파렴치한 왜곡을 통한 대대적인 괴담 유포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이때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10%포인트 안팎 격차를 보이던 지지율이 19일 이후 실시된 조사에선 오차 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다른 민주당 후보 상당수도 갑작스러운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개방, 한미 정상회담, 민주당 박완주 의원 성범죄 사건 등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매특허였던 상대 진영을 향한 막무가내 괴담 살포가 선거 막판 스스로 만든 악재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민주당과 그 지지 세력의 정치는 괴담을 통한 혹세무민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08년 ‘뇌송송 구멍탁’으로 요약되는 광우병 괴담과 이에 따른 대규모 시위는 온 나라를 뒤흔들며 이명박 정권을 순식간에 위기로 몰고 갔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때는 미 핵잠수함 충돌설 등으로 민심을 흔들었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박근혜 정부의 고의 침몰설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이들의 괴담 정치는 최근 급속히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1년 재보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생태탕’ 공세,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쥴리’ 유언비어 등은 오히려 이들의 선거 패배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사태 당시만 해도 지상파 방송이 사실 호도 방송으로 불씨를 만들고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바람을 잡으며 시민단체 등이 온라인과 거리에서 전방위적인 허위 사실 유포에 나서면 파급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현재 고도화된 IT 환경에서 정보 접근권이 극대화돼 있으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대중은 인터넷·SNS·방송에서 무엇이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정보인지 구별할 수 있는 집단 지성을 갖추게 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시대착오적 괴담 집착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지지층만 열광하면 사실관계 확인은 중요치 않다는 이들의 ‘아니면 말고’식 선동 정치 행태는 의정 활동조차 웃음거리로 만든다.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한 민주당 의원이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오인해 따지면서 ‘의원이냐 개그맨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국정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엄밀한 검증을 통해 정부·여당을 견제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을 보며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허구에 의존하는 괴담 정치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사실을 중시하는 상식적 지성부터 되찾아야 진짜 야당 노릇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