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국 전 법무장관의 신당 창당설이 퍼졌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손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설 것이란 얘기였다. 그가 명예 회복을 위해 무소속으로 호남이나 경남 양산, 서울 관악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과 함께였다. ‘반(反)이재명’ 그룹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아내 정경심씨는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이다. 내로남불의 대명사인 그가 총선에 출마하고 창당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호남에 나와도 승리하기 쉽지 않다. 설사 당선돼도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조 전 장관 본인도 “소설 쓰는 분이 많다. 과거와 현재를 성찰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신당설은 잠들지 않고 있다. 우선 그와 가족의 이중적 행태 때문이다. 그는 말로는 성찰한다면서 비리 혐의는 계속 부인한다. 서울대 교수 파면 조치에도 불복했다.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딸 조민씨는 얼마 전까지 “난 떳떳하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돌아보겠다”면서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취소했다. 아들도 연세대 석사 학위를 돌연 반납했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위한 여론 무마용이란 해석이 많다. 딸이 기소를 면하면 정치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혼란스러운 민주당 상황도 신당설에 한몫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총선까지 굳건하다면 조국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흔들리거나 친명 대 비명 갈등이 격해지면 조 전 장관과 외곽 세력에 공간이 생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와 독대 술자리를 가진 것도 그에 대한 후원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진짜 숨은 변수는 선거법이다. 여야는 비례 위성 정당이란 초유의 사태를 부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3년 넘게 방치해 왔다. 아무도 이해 못 할 문제투성이 선거법이란 비판에도 개정 논의 한번 한 적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위성 정당은 문제지만 준연동형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정의당은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소 정당들과 야합해 이를 도입했던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 의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3년 전처럼 다시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코미디가 재연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견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야권에선 최소한 위성 정당만이라도 금지하는 조항을 두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법안도 발의했다.
그런데 준연동형을 유지하고 위성 정당을 금지하면 신생·군소 정당들이 어부지리를 얻는다. 이를 노리고 ‘조국 비례당’을 띄운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치게 된다. 민주당 안팎의 비례 출마 희망자 상당수가 조국 신당을 기웃거릴 것이다. 민주당도 조국 신당과 물밑 연대를 추진할 것이다. 조국이 총선의 전면에 서게 된다. 지역구 당선이나 유무죄 판결과 상관없이 정치적 복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조만대장경’을 써온 그가 이를 마다 하겠나.
여야는 그동안 선거구제를 개편하자며 국회 전원위원회까지 여는 호들갑을 떨었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 등을 꺼냈지만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선거법 조항도 고치지 않고 1년 넘게 방치해 ‘무법(無法) 선거판’을 만들었다. 비례 위성 정당을 낳은 코미디 선거법은 단순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눈치를 보며 막판까지 끌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럴수록 조국 신당의 에너지는 커질 것이다. 국회의 직무 유기가 그에게 부활 길을 터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