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훈련 중인 ‘탁구 신동’ 신유빈(19·대한항공) 최종 학력은 중졸(中卒)이다. 한국 탁구 역사상 최연소(만 14세 11개월) 국가대표였던 그녀는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당시 그녀 발목을 잡았던 규정은 1년 동안 운동(훈련·대회 참가)을 명분으로 수업을 빠질 수 있는 결석 가능 일수. 원래 수업 일수 3분의 1 수준(63~64일)까지 허용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학생 선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줄였다. 지난해 기준은 초등학생 5일, 중학생 12일, 고등학생 25일이었다. 이를 넘어가면 유급·정학·퇴학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체육인들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서 반발했다. 5일(초등생)이면 전국 규모 대회 한 번 참가하고 오면 끝이다. 나머지 대회는 엄두를 못 낸다. 감독들 가장 큰 고민이 “상대편 전력이 아니라 출석 일수”라는 말도 나왔다. 신유빈 역시 저 규정대로라면 학교를 다니면서 대회에 자주 나갈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스포츠혁신위에서 드러난 탁상의 포퓰리즘을 제거하고, 현장 중심으로 정상화하겠다”면서 이를 되돌렸다. 올해부터 초교 20일, 중학교 35일, 고교 50일까지로 확대했다. 2025년까지는 이를 ‘문 정부 이전’ 수준인 63일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정부가 현장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전 정부 ‘착각’을 바로잡는 것까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나라 학생 운동 선수는 7만명이 넘는다. ‘학생’ 선수라지만 사실상 운동에 인생을 건 ‘프로’다. 하지만 이들이 운동으로 밥벌이를 하긴 쉽지 않다. 프로 선수가 되는 관문은 정말 좁다. 야구·축구만 따지면 10명 중 1명만 프로 구단 선택을 받는다. 나머지는 갈 데가 없다. 대한체육회가 갖고 있는 최근 5년간 은퇴 선수 실태 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운동 선수 평균 은퇴 나이는 23.6세. 딱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야 할 시기다. 선수들은 자의(실력이 안 되는 걸 절감)건 타의(뽑아주는 팀이 없어)건 운동을 접고 나면 막막해진다. 은퇴 후 무직자가 조사 대상 중 41.9%였다. 청년 실업률이 8~9%이니 4배 가깝게 높다. 어렵게 직장(건설업에서 자영업·일용직 등)을 구해도 46.8%는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원 이하를 벌고 있었다.
운동선수라고 특별 대우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운동부란 폐쇄된 가능성 속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뒤 나중에 대책 없이 사회로 내던져지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 운동선수가 초등학생 희망 직업 1위에 오르는 사회에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이 길이 아닌 걸 깨닫는 순간, 마주치는 절망감에서 이들을 건져낼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체육회가 몇 년 전 은퇴 선수들 취업 준비 정도를 조사해 봤더니 간단한 컴퓨터 활용 능력(워드나 엑셀 등)도 최하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공부와 담을 쌓은 운동 선수들이 너무 많다. 학생 선수 5명 중 1명은 최저 학력 기준에도 못 미친다. 해당 학년 교과별 전체 평균 성적의 50%(초), 40%(중), 30%(고)만 넘기면 되는데 이에 미달한다.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운동선수로서의 삶’과 ‘학생으로서의 삶’을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고민과 노력도 필요하다. 문체부 담당자는 학생 선수 수업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e-school) 같은 보완책이 있다곤 했지만 현장에서 이 시스템이 얼마나 무의미하게 방치되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