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검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외나무다리에 마주 섰다. 두 번째 구속영장이다. 검찰은 지난번 대장동 비리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비리가 더 확실한 카드라고 한다. 하지만 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이 대표가 단식 도중 병원에 실려 갔다. 이 대표 구속 여부가 총선까지 정국을 흔들 뇌관이 됐다.
검찰은 혐의가 확실해 체포동의안만 가결되면 영장 발부는 자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 수사는 벌써 2년째로 피로감이 크다.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한 게 맞느냐”고 묻는다. 검찰이 이 대표 단식 중에도 영장을 친 것은 미루지 않고 추석 전에 끝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에는 타이밍과 감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범죄 피의자라도 생명과 관련된 일이면 사정을 봐주는 게 관례다. 단식 19일째에 영장을 친 것은 가혹해 보인다. 당장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정권”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 대표도 이런 상황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는 2년 내내 10여 가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방탄을 위해 국회의원·대표에 출마하고 ‘검수완박’ 입법 폭주를 했다. 역대 이런 야당 대표는 없었다.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하자 ‘불체포 권리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게 다시 족쇄가 됐고 마지막 찾은 돌파구가 단식이었다. 소환 통보 직후 단식을 시작하고 영장 청구 때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타이밍이 절묘했다. 미리 지정한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단식도 이어간다고 한다.
친명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무도한 검찰과 싸우자”며 체포동의안 부결 몰이에 나섰다. 방탄의 족쇄를 풀려는 것이다.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내년 총선까지 더는 없을 것이다.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다. 앞으로 최소 6개월은 여의도 정치의 주연이 된다. 총선까지 이기면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대선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 대표에겐 부활의 길이다. 거꾸로 검찰엔 큰 오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이 대표의 이런 속내를 모를 리 있을까. 영장 청구가 몰고 올 야권 내부의 거센 반발과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 대표와 민주당을 ‘방탄 지옥’으로 몰아넣을 묘수로 여겼을 수 있다. 당장은 윤 정부가 욕먹겠지만, 그 결과는 ‘방탄 민주당’ 고착화와 이 대표 체제 6개월 연장이라고 봤을 것이다. 이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른다면 비명계와 심각한 내분에 빠질 수 있다. 여당이 두려워하는 민주당의 쇄신과 젊은 지도부의 등장도 현실화하기 힘들다. 이 대표가 선거법 재판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리더십 위기가 재연될 것이다. 이 대표 구속 실패가 오히려 여권엔 총선 승리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윤 정부가 총선에 이기는 바람직한 길은 노동·교육·연금·공공·규제·산업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개혁 성과도 미흡하다. 새 인물 공천 또한 불확실하다. 그래서 여권은 내심 이 대표 방탄 체제가 유지돼 그 반사이익을 얻기를 바란다. 이재명 민주당은 총선까지 총력 투쟁을 외치며 극한 대치로 가려 할 것이다. 윤 정부의 국정도 발목 잡히게 된다. 나라엔 나쁘지만 여권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이 대표가 살 길은 단식과 방탄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착시다. 6개월 정치 생명 연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리더라면 약속대로 영장심사에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혐의를 벗으면 당당하게 새 길을 갈 수 있다. 그게 민주당과 나라에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