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기소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였는데, 2021년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아내 등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했다는 것이었다. 보수 성향의 한 법조인은 사석에서 “10만원 갖고 기소를 해야 했느냐”며 검찰의 ‘감각’을 지적했다.

김씨가 기소된 시점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이었다. 공범인 수행비서가 유죄가 된 상황에서 김씨 기소를 안 하면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 법조인은 김씨 기소를 마뜩잖아했다.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보수층이 무덤덤해진지는 오래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정(司正) 피로감’도 한 요인이다. 검사 간부들조차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9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민주당을 향한 검찰 수사는 계속됐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시작해 적당히 덮었거나 녹취록 같은 물증이 튀어나온 사건들이었다.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이 전자(前者)라면 쌍방울 사건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후자(後者)에 해당한다. 여야(與野) 균형을 맞춰 수사해 보려 해도 혹독한 야당 시절을 겪은 국민의힘에는 딱히 그럴 만한 거리가 없었다.

이제 검찰이 주도하던 사정(司正)의 시간은 끝났다. 주요 사건들은 이미 법원으로 넘어가 1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 김용, 대장동 민간 업자 김만배, 백현동 브로커 김인섭씨에게 실형이 떨어졌다. 쌍방울 사건도 이화영씨에 대한 1심 선고가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다음은 그 모든 현안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에 대한 법적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게는 검찰 스스로도 인정하는 ‘굴레’가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비롯한 현 검찰 지휘부 대부분은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문재인 정권 말에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에 반대할 때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어떻게 움직여도 정치적 해석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수사받던 민주당 인사들은 이를 부각해 ‘방탄’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이재명 대표가 그랬다. 그는 보궐선거를 거쳐 국회로 입성한 뒤 당대표를 거머쥠으로써 민주당 과반 의석을 원하는 대로 동원할 수 있었다.

이번 4월 총선은 이런 상황 속에서 치러진다. 지켜봐야겠지만 표심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사정(司正)에 대한 평가도 반영되리라 본다. 한동훈 전 법무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그런 성격은 더 선명해졌다. 한 위원장은 법무 장관 때 이 대표를 ‘지역 토착 비리의 몸통’으로 몰아붙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운동권 청산론’으로 이 대표와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친명(親明)이 아니면 죽는다(낙천)’는 ‘비명횡사(非明橫死) 공천’으로 직진 중이다. 자신의 안위(安危)에 도움이 안 될 현역 의원들은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 좌파 시민 단체 등의 몫으로 비례대표 후보 10명을 당선권에 배정했다. 누가 뭐라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법조인들은 “공천을 통해 ‘이재명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비명횡사 공천’의 여파로 여야의 지지율은 엇비슷해졌다. 공천 파동을 겪은 정당이 선거에 이긴 적이 없다지만, 매주 법정에 서는 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선 이번 총선에선 과거의 불문율들이 깨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승부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부정적 요소가 모두 반영된 공천 완료 이후에 본격화된다. 그때 ‘한동훈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처럼 저토록 절박하고 지독할 수 있느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