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항소심에서 조국 전 법무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것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였다.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취지 자체는 자숙하면서 본인 재판 준비하라는 것이다. 확정 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이 원칙이라고 해도 1·2심 연속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라면 그러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항소심 선고 직후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하더니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대표가 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를 “비(非)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이라고 했다. 미사여구로 포장했지만 창당을 방패막이로 삼고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다. 명색이 형법학자라는 사람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적용한 법원의 선의를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이 “검찰 독재 정권 종식과 사법 정의 실현”을 외치고 있다.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다른 법조인들 행태도 가관이다. 이규원 검사는 “검찰 개혁을 위해 행동한다는 당 제1강령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입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김학의 전 법무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관여한 그는 지검장 허락 없이 출금 승인 요청서를 만든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와 별도로 김학의 관련 조사 보고서를 날조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김학의 접대 의혹 당사자인 건설업자가 부인했는데도 “건설업자가 ‘내 별장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든 혐의다. 거의 창작 수준이다. 이렇게 날조된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흘려 허위 보도가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자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그것이 김학의 불법 출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돈다고 해도 사건 조작 검사가 어떻게 검찰 개혁을 입에 올릴 수 있나.
김형연 전 법제처장도 그에 못지않다. 판사 출신인 그는 얼마 전 어느 유튜브 채널에 나와 “조국 대표가 유죄로 얽힌 것은 정치 검사들이 검찰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검찰 개혁 기수인 조국을 온갖 검찰권을 동원해 옭아맨 것이고, 그런 거악(검찰)을 척결하려고 입당했다”고 했다. 조 대표를 희생양인 양 묘사하면서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자녀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 확인서를 만들고, 문재인 정권 측 인사 감찰을 무마한 사람이 어떻게 희생양이 되고 그런 사람을 수사한 검찰이 어떻게 거악이 될 수 있나. 그럼 유죄 판결을 한 법원은 검찰에 놀아난 것인가. 판사를 했다는 사람이 일각의 ‘조국 동정론’에 올라타 사실을 비틀고 있다.
그는 “검찰 독재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인 조 대표를 보고 용기를 냈고, 조국을 또 외롭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국혁신당을 택했다”고도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그는 문 정권 시절 등장한 정치 판사의 원조 격인 사람이다. 사법 개혁을 요구하다 문 정권 출범 직후 사표를 내고는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됐고, 그로부터 2년 뒤 법제처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 대표였다. 그 처신을 두고 당시 법원 내부에선 “권력 얻으려고 법관직을 팔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젠 국회의원 되겠다고 조 대표를 향해 “결연한 모습” 운운하며 아부까지 한다.
조 대표의 몰염치와 안면몰수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거기에 파렴치한 법조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무리 몰염치의 시대라지만 그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