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연합(RN)의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 /로이터 뉴스1

최근 국내 언론이 습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유럽에 극우 정당이 득세한다’는 뉴스는 많이 어색하다. 극우란 표현이 문제다. 독자에게 왜곡된 편견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극우’라고 해놓으면 반(反)유대주의 혹은 네오나치즘과 비슷한 극단적 정파로 오해할 수 있다. 유럽의 대표적 ‘극우 정당’이라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어디를 보고 극우라 하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필자도 90년대 프랑스 근무 때 이 당의 전신인 국민전선을 극우 정당이라고 기사를 썼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당은 21세기 들어와 벌써 세 번씩이나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고, 마린 르펜 후보는 2022년 대선에서 41.45%를 득표했다. 그렇다면 프랑스 국민 열 명 중 넷은 극우 지지자인가.

RN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적절한 통제, 독립적이고 균형 잡힌 외교정책,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 자제, 법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무관용 대응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 정도면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견줄 때 온건한 편이다. 그런데도 국내 언론은 RN만 극우라고 부르고 있다.

RN은 ‘우익 대중 정당’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유럽에서 극우로 분류되는 네덜란드 자유당, 스웨덴 민주당, 이탈리아 형제당, 독일을 위한 대안 등도 정강 정책이 프랑스 국민연합과 엇비슷하다. 게다가 한 당 안에도 여러 좌우 주장이 혼재돼 있다. 불법 이민에 대해 엄격하지만 동성애와 낙태에 관대할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극우인가 극좌인가. 극단적 민족주의, 파시즘, 인종차별, 이런 것에 집착하거나 유대인 묘지를 훼손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이슬람에 무조건적 적대감을 표출하면 극우 딱지를 붙이곤 했으나 지금은 그런 행위가 거의 사라졌거나 적어도 표면화된 적은 없다.

본인들은 극우라는 말을 거부하고 대신 애국주의로 불러달라고 하고 있다. 극좌파가 나라 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멀쩡한 나라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다. RN의 당대표인 29세 조르당 바르델라의 주장을 살펴봐도 도대체 무엇을 극우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과거 극단적 민족주의 혹은 국가 최우선주의, 이것을 극우라고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같은 슬로건을 외치는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두 번이나 내세우고 있는 미국 공화당도 극우 정당인가.

RN은 ‘강성 우파’ 혹은 ‘우익 대중당’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여론의 향방에 따라 적응하고 있는 우파 정당일 뿐이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지금 집권당이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극우 파시즘 국가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대통령한테 “극우 유튜브 좀 그만 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야권에서 보수 지지자들을 비난할 때 “극우 유튜브에 휩쓸린다”고도 한다. 이 말도 어색하다. 물론 일부 비상식적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 혐오, 지역 차별, 가짜 뉴스, 음모론 등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적 스펙트럼상의 극우란 딱지는 잘못됐다.

뭘 주장해야 극우인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승만·박정희의 정당한 평가를 주장하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면, 이재명·조국에 대한 사법 처리의 신속한 완결을 재촉하면, 종북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면, 불법 파업에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면, 정치인 범법자를 봐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대체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면, 아니 이 중 하나만 해당하면 극우인가 싶어 아리송할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이 보면 무조건 극우 유튜브!”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어느 사이트에 수십 우파 유튜버를 극우-중립-중도우파 등으로 분류해 놓은 것을 봤다. 동의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