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100% 기각”을 예상했던 사람이 있었다. 판사 출신 변호사였다. 검찰은 이 대표 영장을 청구하면서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비리 외에 위증 교사 혐의도 추가했다. 위증 교사는 구속을 위한 ‘안전장치’ 같은 것이었다. 구속영장은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발부하는데 위증 교사는 대표적 증거인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증한 사람도 혐의를 인정한 상태였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된 전례도 있다. 그래서 상당수 법조인이 발부 가능성을 높게 봤는데 유독 그 변호사만 기각을 확신했다.
논리는 단순했다. “판사도 사람이라 권력 앞에선 주눅 들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도 구속되지 않았느냐는 물음엔 “그분들은 죽은 권력이고, 거대 야당 대표인 이재명은 살아있는 권력 아니냐”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판사는 “정당 대표로서 공적 감시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분칠을 했지만 사실상 이 대표 위세에 겁먹은 것이다.
유 판사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재판하던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는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올해 초 돌연 사표를 던졌다. 재판하는 시늉만 내다 도망친 것이다. 그러고는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이제는 자유”라는 글을 남겼다. 재판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자유’라는 말까지 썼겠나. 그는 애초부터 선고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판사들의 이런 ‘약세’를 이 대표가 놓칠 리 없다. 지난해 단식 직후 열린 대장동 비리 사건 재판에선 “앉아 있기도 힘들다”며 재판을 일찍 끝내고는 국회로 가 표결에 참여했다. 선거법 사건 재판에선 국정감사 때문에 불출석한다고 해놓고 국감장엔 가지도 않았다. 재판부를 농락한 것인데 판사들은 경고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검사들도 다를 게 없다.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 정권 눈치만 보고 있다.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는 복잡할 게 없는 사건이다. 본질은 친북 인사와 친야 유튜브가 기획한 ‘함정 몰카’였다. 그래도 부적절한 행위가 있다면 합당한 처분을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수사를 끌다 고발된 지 9개월 만인 지난 2일에야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거의 4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가조작이 벌어졌다는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권력형 범죄가 아니다. 김 여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기소하면 되고, 아니라면 불기소하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도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조사해 수사 불신을 자초하더니 이제와 무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론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수사와 재판은 공정해야 하고 또 공정하게 보여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이 대표 재판과 김 여사 수사는 사실상 ‘특혜 재판’ ‘특혜 수사’였다. 이 대표는 다음 달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란 사람은 1심 유죄 판결이 나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했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조직적으로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내고 있다. 판사는 엄청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반면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결론 내야 하는 검찰은 여전히 정권을 곁눈질하고 있다. 판·검사 신분을 법으로 두껍게 보장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기대 때문이다. 마지막 결정의 순간만이라도 판·검사들이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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