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직원이 기초연금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복지부는 매년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위해 기초연금 실무 매뉴얼을 펴낸다. 여기에 ‘기초연금 수급 가능 소득·재산 최대 금액’이라는 코너가 있다. 신청자가 기초연금 대상자인지 아닌지 한눈에 가늠할 수 있게 만든 표다.

이 표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수급 가능 최대 소득은 월 706만9000원이다. 근로소득만 있을 경우라는 전제가 있지만 연 8500만원 소득가구에 기초연금을 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홑벌이 부부는 월 597만원, 1인 가구는 414만원을 벌어도 다른 재산이 없을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이 1인 가구는 213만원, 부부 가구는 340만원이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득인정액이 그렇다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재산에서 공제할 것을 공제한 금액이다. 기초연금은 근로소득의 경우 110만원을 기본공제하는 데다 30%를 추가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 소득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월 700만원을 버는 부부의 경우 각각 110만원을 빼면 480만원, 여기에 0.7을 곱한 336만원이 소득인정액이다. 그래서 부부가 월 700만원을 벌어도 소득인정액 340만원 이하여서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은 착시현상을 일으켜 기초연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용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86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206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2배, 3배를 버는 65세 이상에게 전액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주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기초연금이 과지급 구간에 들어서 있는 것이 명백하다.

이 같은 현상이 생긴 이유는 요즘 65세에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해서 소득·자산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소득·자산이 높은 사람들이 밀려드니 전체 평균이 올라가면서 소득 하위 70%를 끊는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난달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계 재설정이나 기초연금 대상자를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만 내놓고 다른 방안은 나 몰라라 했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흔히 기초연금을 단군 이래 최대 복지사업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액수가 일부만 40만원을 주는 2026년엔 31조5000억원, 전부에게 40만원을 주는 2027년 33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복지부 추계다. 나랏돈을 이렇게 쓰니 국가 채무가 한해 70조~80조원씩 늘어나는 것이다.

복지 정책의 특성상 기존에 받던 사람에게 주지 않는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하거나 기초연금 대상자를 축소하고 지급액을 늘리는 것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어렵다면 우선 대상자와 예산이 한없이 올라가는 구조라도 막아야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내놓은 대안도 많다. 우선 새로 진입하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라도 기준을 ‘중위소득의 00% 이하’로 바꾸는 것이 그중 하나다. 대상자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시행한 지 36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노후소득 보장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65세 이상 분들에게 기초연금은 자식 대신 효도하는 복덩이이자 생명줄이다. 이런 소중한 기초연금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손볼 것은 손보면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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