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눈에 빗물이 고여 있다. /연합뉴스

‘회계 부실’ 논란이 일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지난달 31일 국세청 홈페이지에 재공시한 회계 내역에서 예전 공시 자료에 없던 돈 8억여원의 뭉텅이 돈이 갑자기 추가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 돈이 어떻게 나온 돈인지 구체적 내용은 공시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익법인 정대협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대표로 있던 곳이다. 지난 5월 회계 부실 논란이 일었고, 국세청은 재공시를 요구했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가 정대협의 2019년도 회계 자료와 관련해 올 4월 29일 최초 공시한 자료와 지난달 31일 재공시한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8억여원의 유동 자산이 4개월 만에 새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동 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 등 단기 투자 자산을 합친 것이다. 4월 공시한 자료에서 정대협의 유동 자산은 2억2220만원이었고, 모두 현금·현금성 자산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재공시한 자료엔 유동 자산이 10억3852만원으로 8억1000만원이 확 늘었다. 현금·현금성 자산은 2억5922만원으로 예전 공시보다 3700만원가량 늘었고 단기 투자 자산은 7억7930만원이 갑자기 생겼다. 이 투자 자산이 어디에 투자된 것이고, 왜 그동안 감춰져 왔는지는 오리무중이다.

2019년 이전 공시 자료는 수정하지 않아 어떻게 생긴 돈인지 알 수 없다. 김 대표는 “정대협이 갑자기 부자가 된 셈”이라며 “과거 회계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이 돈이 어떻게 생긴 것이고, 왜 그동안 공시되지 않았는지 상세하게 다시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대협이 숨겨둔 비자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대협과 정의기억연대(정대협 후신)는 지난 5월부터 회계 부실 논란을 빚었다. 정대협은 지난 5년간 2억6000여만원의 자산을 공시에서 누락했고, 정의연은 공시에서 국고보조금 8억원가량을 뺐다. 정대협과 정의연은 사실상 같은 단체인데 두 단체 이름으로 따로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기부금 수혜 인원을 ’999명’ ’99명‘으로 반복 기재하기도 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정의연은 “정대협과 정의연 회계 관련 외부 감사를 받고 재공시할 부분은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대협의 2019년 재공시 자료엔 없던 돈 8억여원이 갑자기 나왔다. 그런데도 그와 관련한 자산 종류, 입출금 내역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단기 투자 자산의 경우 어떤 종류의 자산을 갖고 있고, 자산 액수는 어떻게 변했는지 연도별로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 상식인데 여전히 부실 회계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대협은 그동안 100개 안팎의 계좌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들은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다며 개설한 후원 계좌, 국고보조금 계좌 등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각각 다른 계좌의 돈이 모여 8억여원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분석했다. 김 대표는 “정대협이 8억원을 재공시 자료에 채워 넣었지만, 원래 가진 돈은 더 많았는데 중간에 누군가가 돈을 쓰는 등 이미 새어 나간 돈이 있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한편 정의연은 지난달 30·31일 2017~2019년 공시를 수정했다. ’999명' 등으로 적혔던 기부금 수혜 인원이나, 기부금 수익 등을 새로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