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이 아들의 ‘황제휴가’의혹과 관련한 군부대 장교·사병들의 잇단 폭로에 대해서 9일째 침묵하고 있다. 검찰, 부동산, 언론이슈에 대해서 거침없이 발언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추 장관은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舌戰)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소설을 쓰시네”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을 향해 “동부지검장으로 근무하다 갑작스럽게 차관 발령이 났는데,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하자, 뒤에서 듣고 있던 추 장관이 갑자기 끼어들어 이 같이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소설가냐”라고 항의하자 추 장관은 “질문같은 질문을 해야지”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추 장관은 야당 의원들이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과 관련한 질의를 하면 불같이 화냈다.
지난 7월 1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도 그는 “제가 보호하고 싶은 아들의 신변까지 낱낱이 (검찰이) 밝히는 것에 대해 대단하고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또 한번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굉장히 화가 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올해 27살인 아들이 울고 있다는 추 장관의 발언은 이후 ‘황제휴가’ 의혹이 본격화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각종 형태로 패러디 되기도 했다.
아들의 ‘황제휴가’의혹에 대해서 추 장관은 주로 ‘검언유착’이라면서 반격했다. 검찰과 언론이 한편이 되어 자신과 아들을 공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다른 안건에 비교적 차분이 답변하다가 아들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격분해 “검언유착이 아닌 지 의심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장 수사하라. 검언유착이냐. 장관 흔들기냐. 답변을 해야 하나”라는 말을 연달아 쏟아냈다.
하지만 추 장관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군부대 동료병사·장교들이 “사실상 탈영이었다” “추 장관 보좌관이 전화로 서 일병(추 장관 아들)의 휴가연장을 물었다” “추 장관 아들을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잇따라 폭로하기 시작했다. 추 장관과 공방을 주고 받던 야당 법사위원들도 “‘황제휴가‘와 관련해 공분이 일어나자 추 장관의 답변태도가 과거에 비해서 다소 누그러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보좌관이 군부대에 전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추 장관은 “아들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갔고…”라고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같은 날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도 거듭 추궁하자 추 장관은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 보좌관이 뭐 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전화)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 직후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마저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장관 보좌관이 군부대에 전화를 한 것은 사실 같다”고 했다.
추 장관은 앞서 ‘검찰개혁’ 명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독설로도 논란이 됐다. 지난 6월 25일 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서 윤 총장을 가리켜 “총장이 지휘랍시고…내 지시를 잘라먹었다”고 했었다. 이에 앞선 1월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는 추 장관 발언도 비판 받았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하수인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추 장관은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며 “일반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 대열에 뛰어들고 투기 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고 했다. 23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불안감을 느낀 주부·젊은층을 ‘투기세력’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이걸(부동산 문제를)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