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쏟아진 올여름 하루에 한 번꼴로 전국 각지에서 토사 유출을 비롯한 각종 태양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지난달 친여(親與) 인사들은 “올해 들어서 태양광 산사태가 12건에 불과하다”고 알렸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난 셈이다. 야당은 “정부 기관들이 소극적으로 태양광 피해 파악에 나서면서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부터 9월 4일까지 태양광 피해 사례가 도합 52건 집계됐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최근 한 달 사이에 매일 1.1회씩 전국 각지에서 토사 유출, 태양광 설비 유실·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 피해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초·중순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8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에서는 산비탈이 무너지며 태양광 패널이 민가(民家)를 깔아뭉개는 일까지 벌어졌다. 태양광 피해 지역으로 구분해보면 산지(山地) 20건, 농지(農地) 12건, 기타 20건이다.
야당은 이마저도 최소한의 피해 집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이 주민에게서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만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더 크다는 것이다. 또 가을 태풍인 마이삭(9월 3일)·하이선(9월 7일)의 피해 집계는 아직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실제 지난 3일 마이삭이 관통한 경남 양산시에서는 풍력발전기가 강풍(強風)에 쓰러지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에너지공단은 아직 피해 사례에 이 건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공단 측은 “현재 공사 중인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한 피해는 집계하지 않았다”고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친여 인사들은 지난달 “산지 태양광 누적 허가 1만2721건 가운데 현재까지 피해 발생은 12건으로 0.09%”라는 산림청 발표를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산사태 1079건 가운데 태양광 시설은 단 12곳’이라는 언론 보도를 페이스북에 게재했고, 친문(親文) 방송인 김어준씨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태양광 시설로 인한 피해가) 전체 1%가 안 되는 상황인데 나머지 99%를 제치고 어떻게 (산사태) 주범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태양광 시설과 관련한 호우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발전원이라는 점도 이번 집중호우 사태에서 드러났다. 올여름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피크 타임) 태양광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7월 0.8%, 지난 8월(24일 현재) 0.9%로 집계됐다. 여름철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최대 전력 수요 시간(피크 시간대)에서 태양광으로 만든 전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의 다른 한 축으로 밀고 있는 풍력의 발전 비율 또한 지난달 0.2%, 8월 0.1% 수준으로 드러났다. 태양광·풍력을 모두 더해도 단 1% 비율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에서 폐쇄를 추진하는 원자력발전의 비율은 18%가량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7495그루 나무가 베어졌다.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는 2017년 1435㏊, 2018년 2443㏊, 2019년 1024㏊, 올해 5월까지 112ha로 여의도 17배에 달한다. 윤영석 의원은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패널을 깔기 위해 소중한 산림이 무차별적으로 짓밟히고 있는 것”이라며 “탈원전이라는 국가 자해(自害)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하게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