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민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을 취소한다(Cancel Korea)’라고 적힌 해시태그(#)를 붙인 글을 빠르게 유포하는 반한(反韓)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 한국 네티즌이 필리핀 인플루언서가 한 문신이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나절 만에 30만건이 넘는 관련 트윗이 올라왔다.
10·20대들이 주로 찾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1500만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필리핀의 벨라 포치(Bella Poarch)는 지난 5일 자신의 왼쪽 팔에 새긴 문신 영상을 공유했다. 그러자 “빨간색 줄무늬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 “세계 대전을 일으킨 일본을 옹호하는 문신을 했다”는 한국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15만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일자 포치는 “기분이 상하셨으면 죄송하다”며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그 누구도 상처 줄 의도가 없었다”고 사과했다. 또 “문신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했다”며 “문신을 제거하거나 커버업(다른 모양으로 덮는 행위)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일부 한국 네티즌은 “가난하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서 그렇다” “키가 작고 후진국이다”라는 등 비난을 이어갔다.
그러자 필리핀 네티즌들은 트위터에서 ‘한국을 취소한다’ ‘한국이 사과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올리자고 서로 독려하고 나섰다. 이후 약 6시간 만에 33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6·25 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7420명이 참전한 것을 거론하며 “교육받지 못한 나라에서 당신네 전쟁에 참전해 100명이 넘게 죽었다” “우리가 도와줬다는 사실은 잊고 식민 지배의 역사만 기억하느냐”고 꼬집었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6·25 전쟁 당시 필리핀에서는 7420명이 참전해 112명이 전사했고, 299명이 부상했다. 자신의 가족과 친지가 6·25 참전 용사임을 증명하는 ‘인증샷’도 올라왔다.
“K팝과 K드라마의 팬인데 배신감을 느꼈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언사는 참을 수 없다” 같은 반응도 나왔다. 필리핀에선 가요와 웹툰,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최근에 그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한 필리핀 네티즌은 지난 2018년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했던 연설을 거론하며 “(인종차별을 하지 말라는) 그들의 말은 궤변이었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필리핀 현지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코코너츠 마닐라는 “한 사람의 실수를 가지고 (그 나라의 국민과 국민성에 대해) 일반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이 “한국 대사관에 항의 전화를 넣자”고 독려하면서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