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유엔 총회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대북(對北) 제안을 할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청와대는 오는 19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 대화 및 미·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었다. 청와대는 " ‘9월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지난 9일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향후 수개월이 한반도 비핵화에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차관을 만나는 것도, 남북 협력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이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중 남북 및 미·북 대화를 재개할 사실상 마지막 국면으로 보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대북 제안의 내용과 방법, 제안 수위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는 코로나 관련 남북 보건 협력과 가축전염병 공동 방역 문제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에게 보낸 코로나 위로 친서에서 가축 전염병에 대한 남북 공동 대처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근 태풍과 호우 피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수해 지원과 관련한 남북 대화나 지원 방안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코로나와 홍수 피해 등을 언급하면서 “방역 협력과 공유 하천의 공동 관리로 남북의 국민들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북한에서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대북 제안에도 북한의 냉랭한 반응이 변수다. 북한은 지난 6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남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수해에도 “어떤 외부 지원도 받지 않겠다”며 문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수해 지원이나 코로나 방역 협력을 제안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는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국정원장, 통일부장관, 국방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개편하면서 북한에 유화 신호를 보낸 것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