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군(軍) 휴가 미복귀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현모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것을 둘러싸고 ‘공익 제보자에 대한 좌표 찍기 공격’이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추 장관을 두둔하기 위해 집권당 의원이 사실상 군내 부조리를 제보한 사실상의 공익 신고자 신상 정보를 노출해 지지층의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제정신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극성 친문(親文) 누리꾼들은 황 의원을 두둔하며 현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선 “여권은 그간 ‘공익 신고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자기편’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느냐”란 지적이 나왔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1일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연합뉴스

황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현씨의 실명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글에서 여러 차례 현씨 실명을 적시했다가, ‘국회의원이 왜 국민을 공격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르자 약 2시간 30분 만에 ‘현 병장’으로 글을 수정했다. 그러나 13일 다시 페이스북에 현씨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방송 캡처 화면을 댓글로 달았다. ‘이미 방송에 현씨 실명이 공개됐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실명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였다.

황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현씨를 ‘범죄자’로 규정했다. 황 의원은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 세력이 의도하는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현씨가 모종의 세력과 결탁해 거짓말로 추 장관 측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서씨 휴가 연장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현씨 주장의 진위(眞僞)는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현씨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서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아 직접 전화를 걸었던 2017년 6월 25일 자신이 당직 근무를 선 것을 뒷받침하는 GPS 자료와 동료 병사들과 나눈 소셜미디어 대화 내용도 제출했다.

황 의원은 “왜 공익 제보자를 범죄자로 몰고 가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자 ‘범죄자’란 표현을 ‘단순 제보’로, ‘공범’이란 표현을 ‘정치 공작 세력’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극성 친문 누리꾼들은 황 의원이 올렸던 현씨의 방송 인터뷰 캡처 화면을 트위터 등에 공유하면서 현씨에 대한 조직적 공격에 나섰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사냥개를 풀어서 현씨를 찾아내 작살내야 한다’ ‘X 같은 일개 사병이 뭘 안다고' 같은 글을 올리며 공격했다. 일부는 현씨를 겨냥해 ‘어린 시절부터 파시스트’ 등 확인되지 않은 인신공격도 쏟아냈다.

황 의원과 친문 지지자들의 이런 행태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무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이냐”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 의원이) 아예 ‘문빠(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말)’들에게 좌표를 찍어준 셈”이라며 “국회의원이 한 힘없는 개인에게 가한 폭력이다. 완전히 실성했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거꾸로 “추 장관 아들 실명과 얼굴도 공개해야 한다”며 서씨 이름을 집중 검색해 그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 의원은 13일 오후 페이스북에 “현 병장을 범죄자 취급한 것처럼 비친 부적절성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익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네티즌 주장에 황 의원은 “공익 제보도 아니고 허위임도 다 밝혀졌다”고 했다.

야당은 “공익 제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황 의원에 대해 “이건 빼박 범죄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미향 사건 때는 이용수 할머니도 토착왜구라고까지 공격했다. 그런 자들이 당직 사병을 공격 못 하겠느냐”며 “내부 고발자를 공격하고 겁박하는 권력을 보니 다시 1980년대로 주저앉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가 그렇게 후퇴할 수는 없다. 당신들이 조국·추미애라면 우리는 당직 사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