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일각의 비판에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18일에는 지역 화폐의 역효과를 지적한 보고서를 낸 국책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했다. 전날엔 경기도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과 지역 화폐 지급 정책을 두고 거친 공방도 벌였다. 이 지사는 경기 성남시장 시절인 2006년 지역화폐인 ‘성남 사랑 상품권’ 발행을 주도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이 지사가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독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지사는 전날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지역화폐 정책을 두고 민주당 신정현 도의원과 언쟁을 벌였다. 신 도의원은 이 지사에게 “지역화폐가 음식점과 마트 등 일부 업종에만 흘러들어 업종별 불균형을 낳는다”며 “지역화폐보다 더 필요한 건 전기료 못 내서 폐업 고민하는 사람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가 코로나로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한 긴급 예산 500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지역화폐 예산을 늘린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이 지사는 “경기도가 만능입니까? 예산이 무한입니까?”라고 맞받았다.
신 도의원이 “더 약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게 연대고 공정”이라고 하자, 이 지사는 “듣기는 좋은데 예산 집행을 그렇게 감정적으로 하는 것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방이 격해지자 신 도의원은 “저는 감정이 하나도 없고, 현장을 보며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지사는 “그럼 가능한 대안을 내보라”며 되물었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와 도의원 간에 벌어진 날 선 공방에 도의원석에선 “그만 좀 하라”는 등 야유가 나왔다.
이 지사는 이날도 지역화폐의 부정적 효과를 지적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4일 ‘지역화폐 발행이 국가 전체적인 후생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소비 총량의 증가 없이 발행 비용만 낭비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얼빠진 연구 결과”라고 했던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왜 왜곡되고 부실하며 최종 결과도 아닌 중간 연구 결과를 다급하게 내 놓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비방하느냐”고 했다. 그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호해야 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했다. 그러나 조세재정연구원은 “객관적인 분석 결과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 결과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이 지사 태도에 대해 학계와 정치권에선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에 대해 논쟁이 아니라 독선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책 논쟁으로 풀어갈 사안을 정치적 의도와 연결 지어 공격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현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분이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한국판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생길 듯하다”며 “폭력적 독재자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친여(親與) 성향의 열린민주당 주진형 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연구원이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 게 아닌데 (이 지사가) 발끈하는 걸 보면 그릇이 작다는 생각을 한다”며 “굉장히 웃긴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최근 정책 선명성을 앞세운 이 지사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서울 지역 의원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정책’으로 꼽히는 지역화폐에 대해 이 지사가 과도한 자기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