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해놓고 뒤늦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서서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하자, 여권 인사들은 “계몽군주 같다” “통크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유가족 앞에서도 그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분노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5일 유튜브 생중계를 하던 도중 김정은이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 큰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유 이사장과 정 수석부의장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 인사다. 여권에서는 영향력있는 두 사람이 김정은을 치켜세운 것이다.

25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개최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반도 평화국면의 동요원인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서 “김정은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이다. 김정은이 계몽군주라면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땅을 칠 일”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의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하고 훼손했다”며 “절대권력의 수령이 계몽군주가 아니라 제어불능의 폭군이 되고 있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계몽군주? 통이 커? 국민이 처참히 사살돼 화형당했는데 찬양하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힐난했다.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는 ‘계몽군주’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저도 대깨문이지만 계몽군주는 아닌것같아요. 어휴” “당신 가족이 이런죽음을 맞이했어도 계몽군주라 말한텐가” “제정신이 아니다. 21세기에 계몽군주 나왔다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저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건가?”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그렇게 김정은을 칭송하고 싶으면 계몽군주 밑에가서 사시라”며 “아까운 세금 퍼주지말고 우린 세금때문에 등골 휜다”고 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자국민이 적에게 사살을 당했는데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오히려 그 적의 우두머리의 사과 한마디에 그를 계몽군주라 치켜세우고 있다”며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생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