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5일 공개한 북한 통일전선부 통지문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놓고 미국 조야의 한반도 전문가 그룹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무장 일반인에 대한 만행을 저지른 북한, 대북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정부 모두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는 물론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고립주의자’도 이런 비판에 가세했다.

북한군에 피살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27일 수색하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27일(현지 시각) 트위터에서 북한이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전부 명의 통지문에 대해 “사과가 아니라 남한에 대한 질책(rebuke)에 가까웠다”며 “도쿄(일본)의 반쪽짜리 사과에는 격앙하는 정부가 평양(북한)의 사과 같지 않은 사과(non-apology)에는 왜 이리도 감사해 하느냐”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 킴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친서에서 ‘국무위원장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쓴 것을 두고 “내세(afterlife)를 말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사과는 전형적인 북한의 정치전으로 진실성이 없으며, 이를 태도가 변했다고 잘못 해석하거나 북한과의 관여를 정당화하는 계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여권(與圈) 인사들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의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정은을 ‘계몽 군주’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보통의 경우 정치인은 자당을 부끄럽게 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저 북한을 보는 일반적인 관점 중 하나일 뿐”이라며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 팩트인지 부인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친서에 대해선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지금 장난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선일보DB

북한의 통지문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우리 여권의 분위기도 온도 차가 있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은 한국이 미국과 자신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하려 할 이유가 없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대표적 ‘주한미군 철수론자’로 꼽히는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차도 “김정은이 진지하게 서방 세계와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북한은 미친 짓(crazy stuff)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