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천절인 3일 광화문 일대에 불심검문과 차벽을 통해 집회를 원천봉쇄한 것을 놓고 한미 지식인 사회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광화문이 재인 산성으로 변했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소부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비정상이라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경찰버스 300대 이상과 병력 1만1000명을 투입, 도심 길목마다 배치해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거리를 걷는 일반 시민에 대한 불심검문도 온종일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에 독재의 그림자가 섬뜩하게 드리웠다”며 “문재인 정부는 대단히 잘못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재인 산성’을 놓고 국내 지식인 사회는 동요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10월 3일이면 국가 공휴일인데 태극기 있는 차 세우고 검문하는 게 도대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법적 근거도 없이 길가는 사람을 심문하는 꼴이니 경찰 국가라는 게 이런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여권 인사들이 추석 기간에도 일정을 소화한 것을 언급하며 “본인들도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민들은 몽둥이로 다스릴테니 말 잘 들어라,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 교수는 “방역 독재의 광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려운가? 전세계 시위 없는 나라가 있나 보라”고 꼬집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년 전 개천절 한강변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김 교수는 “도대체 이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왜 내가 부끄러운지 속이 답답하다”고 했다.
세종대로 일대 도로와 인도가 버스 차벽에 가로막힌 모습은 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 내 지한파로 꼽히는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정부가 드라이브 스루 같이 집회의 안전한 대안은 거절하면서 지하철 같은 훨씬 위험한 것은 허락한다면 그저 공권력 행사를 위한 구실(pretext)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묵살하기 위한 남한 동료들의 힘겨운 노력에 김정은이 냉소(scoff)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일성광장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풍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집회 관련 발언도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이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저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석동현 전 부산지방검찰청장은 “대통령이 단 한번이라도 나도 잘못한 부분,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겸손함을 전제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호소해보라. 그 말 한마디가 수백대 경찰버스보다 백배 나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