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교부가 전세계 국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려 국민의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화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2억원이 넘는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2017년 6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남편 이일병(왼쪽) 전 연세대 교수와 앉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

3일 이씨 블로그와 KBS 보도 등에 따르면, 이씨는 요트 구입을 위해 지난달 미국 여행을 계획한 뒤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이씨는 미국 여행을 위해 지난달 자신의 짐과 창고 등 한국 생활을 일부 정리했고, 미국 비자(ESTA)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요트 여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구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세일링 요트 '캔터51'

이씨의 구체적인 미국 여행 목적은 요트 구입과 함께 미국 동부 해안, 카리브해 항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지난 달 중순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캔터51 선주와 연락을 주고 받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고 적었다. 캔터51은 길이 15m 짜리 세일링 요트로, 감가 상각을 고려해도 가격이 최소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씨는 요트를 구입한 뒤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블로그에 적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블로그에 ‘크루징 왜 떠나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앞으로의 크루징은 요트에서 같은 장소에서 한동안 살다가 심심하면 이동하는 기본적으로는 정적인 성격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태까지 잘 몰랐던 세계를 좀 더 잘 알고 즐기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출국 직전인 2일 이일병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 /블로그 캡처

이씨는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올해 6월에도 그리스 등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가 출국 직전 취소했다. 그는 당시 “두어시간 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6월15일부터 그리스가 한국 출발 여행객을 입국시킨다는 소식이 잘못되어 7월1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외교부 소식에도 정정 보도되었다”고 블로그에 썼다. 또 “급하게 비행기표 취소, 숙소 취소, 배검사 취소, 선주에게 소식을 알리는 등 바빴다”며 “아무래도 여기 생활을 잘 정리한 후에 8월 초에 나가게 될 듯 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현직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미국 여행을 위해 출국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올해 3월 전세계 국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후 세 차례나 주의보 발령을 연장해가며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우리 국민께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집안 사람도 설득 못하는데 국민을 향한 호소가 어떤 설득력을 가지겠냐”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그간 해외 언론 인터뷰와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이른바 ‘K-방역’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역할에 앞장서왔다.

3일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KBS뉴스 캡처

이씨는 ‘(강경화) 장관이 뭐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KBS 측의 문제 제기에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제 삶을 사는 것인데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정부가 주의보를 내린 것에 대해선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것이 아니잖냐”며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고도 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본지 통화에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