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訪韓)이 연기된 데 이어 이달 추진 중이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왕 부장이 10월 중하순쯤 한국을 찾는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추진되던 폼페이오 장관 방한에 대응해 중국이 ‘우군 확보'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욍 부장이 방한하면 한국에 중립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 방한이 무산되면서 왕 부장 방한도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애당초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방한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왕 부장 방한 여부가 유동적이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신창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소 주임은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며 “서울은 쿼드(Quad) 참여가 중국을 자극할까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만든 다자안보협의체 쿼드를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등으로 확대하려 하지만 주변국이 동조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하고 방한이 연기된 데 아쉬움을 표했다. 강 장관은 “이번 방한이 연기되어 아쉽게 생각한다”며 “코로나19에 확진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방한이 연기됐음을 설명하고 앞으로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는 “이번 통화가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조정하면서 일본 일정은 그대로 두고 한국 일정만 취소하자 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외교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한 무산 하루 만에 두 장관이 통화를 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