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해 서방 망명설이 돌았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조성길 부부가) 로마에서 잠적한 뒤 서방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걸어 들어와 망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조성길 부부가 잠적 이후 서방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망명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작년 7월 최종적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사급 외교관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15개월 만에 한국 체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일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성길 전 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서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보 당국은 “신변 보호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주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재작년 11월 10일, 귀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와 함께 종적을 감췄다. 잠적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에 사치품 상납 역할을 맡았던 그가 실적 압력에 시달렸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동안 외교가에선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한 뒤 그의 행방을 놓고 온갖 설이 난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4월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그의 망명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은 지난해 1월 “내 친구 성길아! 서울로 오라”며 공개 편지를 쓰기도 했다.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들어온 시점은 작년 7월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던 시기였다. 대북 소식통은 “조 전 대사대리가 북한에 있는 가족 문제 때문에 한국행이 알려지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도 남북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공개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