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정감사가 ‘야동(음란 동영상)’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민주평통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목록에서 다수의 음란 동영상 파일 제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동영상) 제목을 입에 담기도 어려운데, 매우 심각한 내용”이라며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국감에 출석한 민주평통 이승환 사무처장은 “송구하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의 통일 정책 전반을 자문하는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이 의장을 겸한다. 현재 수석부의장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외통위 국감에서 민주평통이 제출한 자료 목록 중에 음란 동영상 제목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며 목록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감 준비 과정에서 민주평통에 PC 업무망에서 공용 USB로 전송·저장한 자료 목록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평통이 제출한 자료 목록에 ‘프랑스 광란 해변의 여자’ ‘야한 야동은 처음’ 같은 선정적인 제목의 동영상 파일명이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몇몇 파일 이름은 국감장에서 공개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특수문자로 가렸다고 했다.
민주평통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USB 저장 자료 목록은 2만여 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음란물 파일로 추정되는 제목이 13건 발견됐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동영상 제목이 몰카, 쉽게 말하면 불법 음란물”이라며 “공무원이 근무지에서 음란물을 보관하고 전송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평통 직원 누군가가 업무용 PC를 이용해 음란 동영상을 USB에 내려받았다는 것이다. 민주평통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목록 중엔 음란물 외에도 음악·게임 관련 파일 제목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민주평통의 USB 저장 자료 목록은 올해 1월부터 파악한 자료라고 한다. 김 의원은 “(올 1월은) 아동 음란물 ‘박사방’ 수사 등으로 전 국민이 공분하고 박사방 운영자가 구속되는 등 대한민국이 엄청 시끄러울 때”라며 “민주평통이 공직 기관으로서 얼마나 기강이 해이한 것인지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더구나 ‘n번방’ 사건 등으로 지난 5월부터 불법 음란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강화된 상황이라며 “(관련자를) 철저히 징계하고 보완책을 세우라”고 했다. 이에 민주평통 이승환 사무처장은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면서 “정확한 경과를 확인하고 조치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외통위 국감에선 ‘대북 정책을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이 진보 정권에서 촉발·격화됐다’는 분석이 담긴 민주평통 내부 자료도 논란이 됐다. 민주평통이 기획·제작해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려놓은 영상 두 편이었다. 민주평통 상임위원인 이모씨는 이 영상들에서 “남남 갈등은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로 촉발됐다”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정부를 거쳐 현재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화해 협력과 평화 공존의 대북 정책을 지향하면서 과거의 적대적 대북 정책에 익숙한 집단의 반발을 초래했다”고 했다. 김영주 의원은 국감장에서 해당 영상을 틀면서 “대통령 통일자문 헌법기관으로서 정치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환 사무처장은 “여러 오해와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