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일본에 반출된 백제미소보살./부여군

7세기 백제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일명 백제미소보살)’ 환수가 일본 소장자의 무리한 가격 요구로 사실상 무산됐다는 지적이 11일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병훈(광주광역시 동구남구을) 의원이 문화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매입 가격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2018년 이후 백제미소보살 환수 절차를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제미소보살은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면의 한 절터에서 두 점이 발견됐다. 한 점은 국보 제 293호로 지정돼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문화재청이 환수를 추진하던 다른 한 점은 당시 일본 헌병대에 의해 압수됐었다. 이후 일본인 수집가 이치다 지로가 경매로 사들여 일본으로 반출했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 중인 국보 제293호 백제미소보살. 일본에 반출돼 있는 작품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문화재청

학계에선 일본으로 반출된 백제미소보살이 국보 제 293호보다 섬세하고 세련미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에선 감정가를 반영한 백제미소보살의 환수 금액으로 42억원을 제시했으나 일본 소장자 측에서는 약 150억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감정가 42억원 이상은 집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이병훈 의원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충남도에서는 ‘백제미소보살’ 등 국외문화재 환수를 위한 지원 조례 제정을 통해 올해 예산 10억원을 편성했고, 내년부터 3년간 6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부여군에서도 국민 성금 등을 통해 38억원을 모금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외에 있는 많은 우리 문화재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문화재청, 국립박물관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소재문화재재단은 2020년 4월 1일 기준으로 국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21개국에 19만3136점이라고 발표했다. 국가별로는 일본 8만1889점(42.40%), 미국 5만3141점(27.52%), 중국 1만2984점(6.72%), 독일 1만2113점(6.27%) 등이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