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공개된 북한 노동당 75주년 열병식에 대해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나타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의 알렉스 워드 기자 트위터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vox.com)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알렉스 워드 기자는 11일(현지 시각) 트위터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새로운 ICBM이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퍼레이드에 아주 화가 나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복수의 백악관 관리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상당한 실망감(really disappointed)을 나타냈다”고도 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이나 새로운 핵무기를 언급하지 않아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형 이동식발사차량(TEL), 북극성-4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가 대거 공개됐다.

2020년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 사진 모음/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노동신문

이 때문에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앞세워 대북 외교를 치적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트럼프가 지금까지 언급한 북한과의 외교 성과는 무의미하게 됐다”며 “대북 외교를 실패로 몰아가던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는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등은 이번 열병식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 조야(朝野)에선 이번 열병식을 놓고 분위기가 싸늘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비핵화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며 “오히려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강화시켰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무기 개발 역량을 꾸준히 길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북한이 향후 대선 결과를 저울질하며 추가적인 압박성 카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던, 북한은 2021년에 새로운 ICBM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