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6·25 전쟁 발언으로 중국 네티즌들이 대규모 반한(反韓) 운동에 나선 가운데, 미국 조야(朝野)에선 이번 사태 관련 ‘어글리 차이니즈(Ugly Chinese)’라는 말까지 써가며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국을 잘 아는 미측 인사들 사이에서는 “6·25 참전 국가들이 중국 불매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코리아소사이어티 영상 캡처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플리트 상의 수상자인 BTS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앞서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한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지한파(知韓派)들은 반한 운동과 함께 중국 내 한국 제품 불매 운동 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쟁을 치른 국가 입장에서 참전국의 희생에 대해 고맙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한 것인데, 중국 네티즌들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BTS는 정치적이지 않았다"며 "글로벌 검열책임자(Global Censor-in Chief)가 되려는 중국의 행동은 결코 지혜롭지 못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같은 논리라면) 시진핑 주석은 6·25 전쟁을 ‘대단하고 정당했다’고 평가한만큼 참전 국가들이 중국 제품 불매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 네티즌들의 반한·불매 운동에 대해 “오로지 중국의 평판을 깎아내릴 것”이라며 “'어글리 차이니즈(Ugly Chinese)'가 등장했다”고 했다.

호석 리 마키야마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 소장은 “정말 미쳤다(this is nuts)”며 “(이게 바로) 중국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민은 끝없이 세뇌하면서 외부의 누군가가 진실을 말하면 화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이 트집 잡은 BTS 수상소감

외신들도 일제히 비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네티즌들이 방탄소년단(BTS)의 악의 없는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과거 갭과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에서 불매운동 위기에 빠졌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민족주의가 팽배한 중국에서 외국 브랜드가 직면한 위험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미국 네티즌들도 이번 사태 관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BTS는 미국 내에 이른바 ‘아미(army)’라 불리는 대규모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12일 중국의 영자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가 “방탄소년단 관련 제품을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내렸다”고 보도한 기사에는 이에 대한 미국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 출신 보이 밴드가 자국을 위해 싸워준 나라의 희생에 감사하다고 말하는게 뭐가 잘못됐냐”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전 세계에 중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려고 이런 기사를 썼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위 당시 등장했던 '차이나치' 깃발로, 당시 시위대는 중국 당국을 독일 나치에 비유하며 비판한 바 있다. /트위터

중국과 나치를 합성한 차이나치 해시태그(#CHINAZI)를 달며 중국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홍콩의 한 누리꾼은 “중국은 북한의 한국 침략을 도왔다. 미국은 유엔군을 이끌고 한국을 위해 싸웠다. 중국이 이 사실에 분노하는 것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