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폐아파트. 어린이집, 학교 등이 인근에 있는 이 아파트에서 지난 4년 간 변사체 3구가 발견됐다./뉴시스

건설사 경영난으로 공사가 중단, 방치된 폐건물이 전국에 300여곳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 폐건물에선 변사체까지 발견되는 등 당국의 관리 부실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1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사중단 건축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건물은 전국 322곳이었다. 강원 46곳, 충남 44곳, 경기 41곳 등이었다.

경기 이천의 한 폐아파트./네이버

방치 기간 15년이 넘은 건축물이 153곳(48%)으로 가장 많았고 10~15년 76곳(24%), 5~10 년 67곳(21%), 5년 이하 26곳(8%) 순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착공 후 공사가 2년 이상 중단되면 ‘방치 건축물’로 분류된다.

폐건물에서 자살 등으로 인한 변사체가 발견된 사례도 충남 4건, 충북과 경북 각 1건 등 6건이 있었다. 충남에선 천안시 성정동의 한 폐아파트 단지에선 2015년과 2018년 각 1구, 작년 2구 등 3년 간 변사체 4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단지는 2007년 착공됐으나 30% 공정률 상태에서 건설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충남 공주의 한 폐건물./KBS

실제 작년 12월 한 유튜버가 충남 논산의 한 폐모텔에서 '공포 체험’ 생중계를 하다가 변사체를 발견,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해 4월에도 강원도 횡성의 한 폐축사에서 50대 노숙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월엔 충북 청주 폐건물 화재로 노숙자 3명이 숨졌고, 같은 해 2월엔 광주광역시의 한 폐요양원에서 변사체 1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경찰청은 전국 9만곳 빈집, 폐가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난 등으로 사회적으로 완전히 단절된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 방치된 폐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실태 조사를 하고, 3년마다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든다는 것이 김 의원 지적이다. 김 의원이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사중단 건축물 사건·사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폐건물의 정비는커녕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뉴시스

김교흥 의원은 “충남 폐아파트의 경우, 이 건물의 반경 2㎞ 이내에 학교 26곳과 어린이집·유치원 157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건물은 장기 방치 건물 정비사업 대상으로 지정됐음에도 이후 제대로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토부의 폐건물 관리가 공사 재개나 철거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안전 관리’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를 촉진하는 내용의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