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경쟁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자-이웨알라 후보가 일본 총리를 향해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찬사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이번 선거에서 ‘반(反) 유명희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트위터. /트위터

이웨알라 후보는 최근 트위터에서 2050년까지 ‘무탄소 사회’로 가겠다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계획을 언급하며 이를 “진정한 리더십(true leadership)”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제 녹색 성장을 위한 기회를 잡게됐다”고도 칭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본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출범한 스가 내각은 유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게 일본의 여론과 국익에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유 본부장은 일본이 지난해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규제를 취하자 이를 WTO에 제소하는 일을 책임졌는데, 향후 일본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유럽에서 막판 표심 다지기에 위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인 유럽연합(EU)이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를 선택한 데에는 일본의 로비가 일정 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외교가 일각에선 “지난해 당정청이 주도한 반일(反日) 몰이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WTO 사무총장 선거에 대해 “의장단이 집계한 개인별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앞서 일부 외신은 나이지리아 후보 측의 주장을 인용해 선호도 조사에서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 부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