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달 30일 태국 민주화 운동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태국에선 왕실의 부패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민주화 시위가 잇따르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디, 태국에도 민주화의 봄이 오기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태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들이 1980년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너무나도 똑같다”고 했다.
전 의원은 ‘태국의 민주화를 꿈꾸는 청년 여러분’을 호명하며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듯이, 역사는 태국의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몸은 멀지만 함께 연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며 “전 세계의 태국의 청년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응원하다”고 했다.
전 의원은 이같은 지지 성명을 한국어와 태국어로 동시에 게재했다. 이에 태국 국민들도 전 의원 페이스북에 영어와 태국어 등으로 “태국 민주화를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 “용기를 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1일 오전까지 댓글 700여개가 달렸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 의원의 태국 민주화 지지 성명을 공유했다.
◇'임행곡' 부르며 “5·18정신으로 지지해달라”는 홍콩은 외면하더니
전 의원의 태국 민주화 지지는 ‘민주 이념’을 강조하는 민주당 의원으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민주당 당헌엔 “4.19,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신속한 태국 민주화 지지 움직임이 불과 4~5개월 전 홍콩 민주화에 대한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 등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 민주당에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를 요청했었다.
심지어 홍콩 현지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고 있었고, 홍콩 민주 인사들도 5·18과 문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경력까지 거론했지만 정부·여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홍콩 민주화는 중국 눈치볼 일만은 아니다”고 말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조슈아 웡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무섭고, 태국은 만만해서?"
당시 여권에선 “타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지만, 야권에선 “결국 강대국인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홍콩에 대한 민주당의 침묵에 여권 핵심 지지층은 ‘외교는 실리다’ ‘민주주의도 좋지만 섣불리 홍콩을 지지했다가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5·18정신마저 ‘선택적 적용’을 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 씁쓸하다” “이러면 중국은 무섭고, 태국은 그나마 만만해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으냐"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우한발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 1월말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중국은 오랜 세월을 함께 돕고 살아가야 할 친구”라며 “중국 국민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