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스카우트이사회 의장 등과 국제화상회의를 열고, 세계잼버리 준비와 조직위원회 운영상황을 소개하고 있다./여성가족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838억원의 예산이 드는 것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말한 것 때문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피해자인 여성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당을 감싸기 위해 “집단 학습”이라는 궤변을 꺼내 들었다는 이유다. 여가부 장관으로서의 기본 자격 논란까지 제기되며 사퇴요구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피해자인 여성의 고통을 보듬고 대변해도 모자랄 여가부 장관이 오히려 여당의 후안무치를 감싸기 위해 ‘학습기회’라는 황당한 궤변도 늘어놓고 있다”며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황 대변인은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수사 중인 사건’ 운운하며 피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국민 예산을 들여 치르는 보궐선거에 대해 피해자의 아픔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까지 민주당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며 “여성이 아닌 여당을 위한 장관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아연실색할 답변을 하고도 이 장관은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눈치”라며 “더 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다. 존속시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해체가 답”이라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정의당은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과연 여가부 장관의 입에서 할 말인지, 자질과 두 귀를 의심케 한다”며 “여가부 장관이 눈치와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것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 여성과 여전히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4월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로 인해 치르게 되는 선거다. 무려 838억원의 국민 혈세가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말 그대로 혈세 낭비”라며 “이 장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장관인가.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 분명한 입장을 즉각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성추행은 자기들이 해놓고, 성인지 학습은 국민한테 받으라고 한다”며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