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동남권 신공항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기존 입장은 김해공항을 확장한 ‘김해 신공항’ 건설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이를 검토하기 위한 관련 예산 편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거들고 나왔다. 그러자 애초 관련 예산을 삭감했던 정부가 이를 ‘R&D(연구·개발)’ 예산에 끼워 넣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여야 의원들 간에 언쟁도 벌어졌다. 여야의 예산 편성 요구에 국토부가 난색을 보이자, 여당 지도부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당정 간 이견 양상도 불거졌다. 그러나 청와대도 최근 가덕도 신공항 필요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 공세 대상으로 다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열어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용역 예산 편성 문제를 논의했다. 그런데 국회가 요구한 가덕도 신공항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국토부가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의에선 여야 의원들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 신공항’이 가장 적합하다는 쪽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오면서 작년 12월 총리실이 검증위원회를 꾸려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총리실의 검증 결과 김해 신공항이 부적정으로 결론나면,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자”며 내년도 국토부 예산에 가덕도 신공항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증액하자고 했다. 그러나 김현미 장관은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미 여론이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간다”고 했고 부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도 동조하고 나왔다.
여야 의원들의 협공에 김 장관은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칙론으로 맞섰다. 그는 “부적정 결론이 나오면 모든 행정 절차가 무효화되고 그때부터 공항을 어디에 할 것인가를 두고 수요 조사부터 원점 검토해야 하는데, 대상 지역을 열어놓고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회에서 절차도 없이 ‘이렇게 해’라고 하면, 저야 정치인 출신 장관이니 그러겠다고 하겠지만 공무원들은 못 한다”고 했다.
국토부의 반대 입장이 전해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도부 회의 직후 “에이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 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 원내대표 측은 “누구한테 욕설한 게 아니라 화가 나서 혼잣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결국 여야는 기존 국토부 정책 연구(R&D) 용역비(26억 원) 예산에 20억 원을 증액하고 이를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을 검토하는 데 활용하는 절충안을 냈고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불씨를 되살리려는 것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앞세워 부산·경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원을 약속하면서 “희망 고문을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최근 들어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당이 이렇게 나오니 야당도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전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선정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이미 세 차례나 김해 신공항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여야의 선심 공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