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은 소탈한 성품과 함께 유머와 위트를 적재적소에 곁들이는 말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바이든식 아재개그’는 특히 한국 앞에서면 더 빛을 발했다.

2013년 방한 당시 연세대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는 바이든 당선인 (당시 미 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2013년 12월6일. 연세대에서 ‘한미 파트너십과 공동 번영의 60주년’을 주제로 대외정책 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던 바이든 당선인(당시 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이 늦어지면서 연설 장소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예정보다 2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무대에 오른 바이든 당선인은 특유의 썰을 풀어가며 1500여명의 청중을 휘어잡았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서 늦으면 항상 (버락 오바마) 대통령 탓이다고 제가 돌리고는 하는데, 오늘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며 입을 뗐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에선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교수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출석에 관계없이 학생들이 강의실을 뜬다”며 “부교수는 10분, 정교수는 20분만 기다리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저를 20분 이상 기다려주셨다는 점에서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입을 열자 청중에선 폭소가 쏟아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무대에 오르기 전, 정갑영 총장 등 연세대 지도부와 접견한 자리에선 ‘본부 처장(vice president)’ 보직을 가지고 있는 한 교수에게 “당신도 부통령(vice president)이냐” “그럼 우리 일이 어떤건지 잘 알겠군요”라고 농담을 건네 좌중에 폭소를 자아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으로 미국을 찾아 당시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과 장시간 독대했던 박진 국민의힘 의원도 그를 ‘유머가 있는 정치인’으로 기억했다.

7선의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이 외교 분야 멘토링을 해줬던 초선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러닝 메이트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통령을 빨리 했어야 했다” “역시 대통령은 빨리 하는게 맞다”고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바이든은 이 면담이 있은 후 3주 뒤 오바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인 2001년 8월 방한해 청와대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조선일보 DB

2001년 8월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했을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극구 칭찬하며 “내가 그런 멋진 넥타이를 맸으면 미국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던 얘기도 유명하다. 기분이 좋아진 DJ는 즉시 그 자리에서 넥타이를 풀어 선물로 줬고, 바이든 당선인 역시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DJ한테 건넸다고 한다.

다만 가끔씩 바이든식 유머는 선을 넘어 논란이 되기도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실언과 말실수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