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아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배정·집행 내역을 검증했다. 여당은 검찰, 야당은 법무부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주로 검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특활비 검증’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여당은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가 작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문제 삼았다. 반면 야당은 “대검은 매년 비슷한 비율로 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줬다”며 “오히려 법무부가 부실 자료만 줘 맹탕 검증이 됐다”고 맞섰다.
이날 오후 대검 청사엔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13명이 들어섰다. 애초 여야는 법사위원 3명씩 6명 정도만 대검을 찾아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배정·집행 내역을 검증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검증 인원을 6명으로 늘리면서 국민의힘도 소속 법사위원 6명 전원이 출동했다.
3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특활비 검증은 추 장관이 지난 5일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 “추 장관 특활비 배정·사용 내역도 조사해보자”고 하면서 법무부와 검찰 특활비 모두를 검증하게 된 것이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검증을 마치고 서로 다른 소리를 했다. 특히 윤 총장의 대검이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 배정한 특활비가 줄었는지를 두고 맞섰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대검이 올해 중앙지검에 내려 보낸 특활비가 작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윤 총장이 ‘친(親)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검사장에게 특활비 배정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이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최근까지 (대검에서)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대검은 2018·2019·2020년 거의 비슷한 비율로 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지급했다”고 했다. 대검도 “매년 비슷한 비율(총 특활비의 약 14~16%)로 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지급했다”며 “검찰청 인원수, 사건 수사 비용 등을 고려해 지급했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 특활비 예산은 매년 20억원가량 삭감돼 올해는 약 94억원이라고 한다. 중앙지검에 주는 특활비 액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작년엔 ‘조국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아 수사팀이 써야 할 비용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올해는 ‘채널A 사건’ 외에 큰 수사가 별로 없었다. ‘옵티머스 사건’은 중앙지검이 최근에야 수사를 확대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개인적으로 검찰 특활비를 썼는지를 두고도 여야는 맞섰다. 민주당은 “윤 총장이 특활비를 정치자금처럼 쓰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반면 “추 장관은 취임 후 검찰 특활비를 쓰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법무부도 “금년 초에 취임한 추 장관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수활동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전임 박상기·조국 전 장관은 ‘재임 시절 검찰 특활비를 썼느냐’는 본지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윤 총장이 특활비를 개인적으로 썼다는 증거가 없고 추 장관도 특활비를 사용했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법무부가 두 장짜리 자료만 제시해 검증을 무력화했다”고 했다. 본지 취재 결과,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를 10여억원가량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는 검찰에서 받아간 특활비 외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실·국 자체 특활비가 수십억원 더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법무부가 검찰에서 받은 특활비나 자체 특활비 상세 내역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은 수사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데 검찰 특활비 7억여원을 썼다”며 “추 장관이 특활비를 쓰지 않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한편 대검은 “윤 총장은 일선청 검사 격려 행사 등에서 특활비를 썼지만,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특활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