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조선일보 DB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焚身)했던 고 전태일(1948~1970) 열사 50주기인 13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중소기업 52시간제 연기' 주장이 정치권 논란이 됐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 열사가 외쳤던 근로기준법에 대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듬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라며 “선량하고 반듯한 젊은이 전태일로서는 근로기준법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법을 지키지 않는 비참한 근로조건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고 했다.

1970년 11월 13일 분신 자살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가 아들의 장례식에서 영정을 껴안고 오열하는 모습./조선일보DB

윤 의원은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로' 때문에 안그래도 코로나를 견디느라 죽을 둥 살 둥인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며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 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간, 특히 약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수많은 약자의 일자리를 빼앗은 문재인 정부에서 곱씹어온 교훈”이라고 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조선일보DB

이에 대해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전태일 열사 50주기, 찬물을 끼얹는 무지몽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장시간 노동에 노동자들의 죽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아직도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장시간 노동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저열한 인식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대한민국 경제를 후진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전태일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윤 의원 발언에 대해 “이런 소리 하는 데 왜 전태일을 파느냐”며 “저러니 저 당(국민의힘)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의원에게 “코로나 이전에는 (주 52시간제 연기를) 찬성하셨느냐”고 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2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을 마친 뒤 근로기준법 법전을 놓고 무릎 꿇고 있다./연합뉴스

조영래 변호사는 ‘전태일 평전(1983)’에서 전 열사가 일하던 평화시장의 당시 근로 환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겉모습은 번드르르한 평화시장 3층 건물 내부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작업장들에 처음 들어가보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그 질식할 듯한 탁한 공기와 그 지저분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조 변호사는 “가뜩이나 비좁은 작업장 안에 평당 4명 정도의 노동자가 밀집하여 일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도 각종 작업 설비와 비품과 도구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의자에 앉은 노동자들은 앉은자리에서 몸 한번 돌려볼 수도 없는 답답한 생활을 해야 한다”며 “작업장 한구석에 쌓인 원단 더미에서는 온종일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썼다.

그러면서 "작업 도중 쉴 새 없이 옷감에서 실밥과 먼지가 풍겨나와서 먼지가 많이 나오는 옷감의 경우에는 두세 시간만 재봉일을 해도 머리가 하얗게 되며, 점심시간에 작업장에 앉아 도시락 한 입만 먹고 나도 벌써 밥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는 것이 보인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