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지역 국가에 대한 코로나19 대응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14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화상으로 개최된 제23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난 4월 정상회의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증진의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또한 모두 발언에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처음으로 함께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한 것이다.
다자 정상회의 무대에서 특정 국가 정상을 향해 인사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스킨십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스가 총리와의 첫 정상통화에서 “양국의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 노력을 새 마음가짐으로 가속하자”고 말했고, 스가 총리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또한 “한국이 올해 한중일 3국 협력 조정국으로서 코로나19 아세안 대응기금에 대한 기여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아세안 차원의 의료물품 비축제도를 아세안+3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업인 등의 필수인력 이동 보장을 위해 한국이 운영 중인 ‘신속통로’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나가자고도 제안했다. 현재 정부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과 기업인 신속통로 신설에 합의하고 1만1800여명의 우리 기업인 이동을 보장하고 있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 제23차 아세안+3 정상회의(화상) 모두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
우리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한 나라의 위기는 곧 이웃 나라의 위기였고, 공동 대응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출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 23년간 쌓아온 협력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에 맞서 연대하고 협력하는 국제 공조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아세안 대응기금’, ‘필수의료물품 비축제도’는 아세안+3가 함께 만들어낸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필수 인력의 이동도 물꼬를 열었습니다.
지난 4월 특별 정상회의에서 나눈 아이디어들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어 매우 뜻깊습니다. 앞으로도 방역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인의 왕래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건 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공평한 보급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해 신속하고 투명한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코로나 이후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세계 경제는 내년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가 간 회복속도의 차이가 클 것입니다. 보호무역의 바람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디지털 경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입니다. 우리는 경제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합니다. 아세안+3가 코로나 이후 시대, 세계 경제의 희망이 되길 기대합니다.
오늘 회의를 통해 아세안+3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상생의 지혜를 논의할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