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1970년대생 정치인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또 일부는 후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최근 ‘586 운동권 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각종 정치 현안에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 그룹’이 부상하자 일부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그룹’에선 이들에 대한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49·재선·서울 강북을) 의원은 15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재평가와 관련,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하자는 것이 평소 제 소신”이라며 “정치인은 좌우 논리와 여야 진영을 넘어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의 ’97그룹' 중 박주민(47·서울 은평갑) 의원과 김해영(43) 전 의원도 각각 서울·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정의당 김종철(50) 대표는 지난달 취임 후 “민주당이 보수화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선 긋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도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야권에선 국민의힘 김세연(48) 전 의원이 대표적 70년대생 정치인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말 4선 고지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라며 불출마했다. 이후 청년정치학교 활동 등을 하며 ‘미래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세상이 빠르고 무섭게 변하는데, 분열·증오·싸움만 조장하는 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고 했다. 오신환(49) 전 의원은 야권 소장파 정치인들이 주축이 돼 여의도에 연 정치 카페 하우스(How’s)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국민의힘 윤희숙(50·초선·서울 서초갑) 의원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지난 13일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를 유예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야의 ‘97그룹’은 나름대로 ‘세력화’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은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와 이르면 연내에 대담집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새 시대를 말하자’(가제)라는 대담집에서 세 사람은 “이제 진영을 넘어 미래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97그룹’이 부상하자 ‘86그룹’에선 견제를 시작했다. 민주당 최민희(60) 전 의원은 박용진 의원을 향해 “이승만·박정희 찬양이라니, 변화 속도가 김문수 전 지사보다 빠르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586 의원은 정의당 김종철 대표에 대해 “6석 소수 정당과 176석 거대 여당의 움직임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전태일 논란’에 대해서도 “‘전태일 평전’을 읽긴 했느냐”(진중권 전 교수) 등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70년대생 정치인들의 특징으로 진영보다는 미래 가치를, 갈등과 투쟁보다는 통합과 번영을 중시한다는 점을 꼽았다. 정치 컨설팅 그룹 ‘민’ 박성민 대표는 “이들은 자기 세력 내의 권력자들을 비판하면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자기 혁신’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세대 교체를 위해선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세대가 세력화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당선자 300명 중 1960~1969년생이 174명(58%)으로 역대 국회 최고 수치(50대 기준)였다. 반면 40~49세는 36명(12%)에 불과했다.